의문의 피부염 만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원인불명의 괴사성피부염이 전국적으로 번질 기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여름 전남해안지방에서 발생, 3개윌 동안에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 뒤늦게 밝혀지더니 충남공주, 경남울산에 이어 서울에서도 5명의 환자가 생겼다.
제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동전만한 반점이 생긴지 4,5일이면 목숨을 잃기도 하는 무서운 병이라는 것이 알려져 있을뿐 그 원인은 지금껏 구명되지 않고있다.
지난달하순 이 피부병이 처음 보도되었을 때만해도 우리는 이병이 여름철에 전남의 해안지방에서만 번지는 일종의 풍토병이 아닌가도 여겼었다. 질병발생 5개월뒤에야 조사반을 파견한 보사부의 결론이 그랬기 때문이다.
현지의료진과 합동으로 조사를 편 보사부는 괴사성피부염으로서 전염성이 없으며 한지역소수의 환자에 국한된 것이라는 결론을 얻고 조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그뒤로 내륙지방인 공주·동해안의 울산에서도 이 병과 유사한 증세의 집단환자가 확인되었고, 이번에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도 발생함으로써 계절과 관계없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성질의 병이 아닌가 우려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경우 발생환자 5명가운데 4명은 완치되었다한다. 괴사성피부염은 초기에 치료를 하면 잘낫는 병이라는게 의사들의 설명이다.
따라서 의료시설이 잘 되어있는 도시민들에겐. 초기에 치료를 받으면 크게 걱정할것 까지는 없는 것일지 모르지만, 의료영점지대가 아직도 수두룩한 우리의 현실에서 병의 원인규명을 늦추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따지고보면 보사부가 내린 괴사성피부염이라는 결론도 병의 경과현상을 말한 것일뿐 병의 원인을 구명한 것은 아니다.
독충에 물려 생길 가능성도 있고 미주대륙에 사는 독거미에 물렸을 때도 이런 증상이 생긴다지만 국내에는 이 독거미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고 보면 어느것도 단정해서원인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것 같다.
전염성이 없고 환경오염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결론만 내리고 더이상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방역당국에도 문제는 있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보다 이 괴질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기 위한 광범한 조사작업부터 서둘러야 할때다.
이를 위해서 『독거미 때문인것 같다』는 지난번의 결론은 일단 백지화하고 다시 처음부터 모든 가능성을 치밀하게 조사분석 해야겠다.
그결과 독거미에 의한 것이라면 그 방제를 위한 근본대책이 세워져야 할것이며 그것이 사실과 다르다 하더라도 항구나 공항등에 대한 방역활동을 한층 강화해서 무서운 독충이 이땅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세균이건, 독충이나 독초에 의한 것이건 모든 전문가룰 총동원해서 우선 조직적인 원인 구명부터 해놓고 볼일이다.
보사부는 원인이 신속히 구명되지 않은 특수질병을 법정전염병과 마찬가지로 전염병신고제의 대장으로 추가했는데 이러한 조치는 의사들의 협조여부에 따라서 희생자를 줄이는 방법의 하나는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의학계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유행생출혈열의 정체를 밝혀낸 실적을 갖고 있다. 이번 괴피부벙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우리 의학계의 모든 역량이 발휘될 것을 기대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