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G, 코트를 뒤집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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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 전 1초3. TG 벤치에서 멤버 교체를 신청했다. 66-63으로 앞선 가운데 리온 데릭스가 자유투를 얻어 결판이 난 상황.

전창진 감독의 손에 이끌려 코트에 등장한 선수는 38세의 노장 허재였다. 원정응원온 원주 팬들은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우승을 해본 후 은퇴하겠다던 무관의 황제가 마침내 꿈을 이뤘다.

TG가 13일 대구에서 벌어진 동양과의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 6차전에서 67-63으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프로농구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정상을 밟았다. 정규리그 3위팀이 우승하기는 처음이다. TG의 데이비드 잭슨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1쿼터 스코어 24-3. 2쿼터 스코어 36-36. 마치 도깨비에 홀린 것 같은 경기였다. 동양은 TG의 득점을 1쿼터 3점으로 틀어막았다. 양경민에게 경기 시작 27초 만에 내준 3점포가 전부였다.

3득점은 챔피언 결정전 사상 최소 득점. 모두 여기서 경기는 끝났고, 3차전처럼 TG가 경기를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TG는 2쿼터에서 1쿼터보다 11배나 많은 33득점을 올리며 일어섰다. 그 집중력에서 공포마저 느껴졌다. TG 전창진 감독은 1, 2, 5차전의 영웅 잭슨을 불러내고 신종석을 기용하더니 리딩 가드 김승기 대신 만년 벤치 멤버 지형근까지 투입하는 대도박을 감행했다.

대성공이었다. 신종석은 3점슛 5개를 던져 모두 성공시키는 등 2쿼터에만 17득점했다. 지형근은 4개의 리바운드와 4개의 어시스트로 쓰러져가던 팀에 숨결을 불어넣었다.

TG는 2쿼터 초반 3-26으로 무려 23점이나 뒤진 것을 고스란히 만회하고 전반을 동점으로 끝내 승부는 오리무중으로 접어들었다.

4쿼터. 마침내 '잭슨 타임'이 시작됐다. 플레이오프 1회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TG에 동력을 제공한 잭슨의 슛에 불이 붙었다. 잭슨은 4쿼터 4분쯤부터 3점슛 3개를 포함, 연속 13득점을 터뜨리며 52-58로 뒤지던 스코어를 단숨에 65-60으로 뒤집었다.

동양은 파울작전으로 자유투를 내준 다음 3점포로 반격하는 작전으로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 종료 38초전 김병철이 왼쪽 45도 지점에서 성공시킨 3점슛으로 63-65로 따라붙었으나 더 이상 점수를 줄이지 못했다.

5차전에서 갈비뼈를 다친 허재는 이날 등에 구멍을 뚫어 환부에 마취제를 투입하는 극약처방을 하고 나와 만약의 경우에 대비했다. 그러나 식스맨들의 눈부신 활약은 허재가 벤치에서 독려하는 것만으로도 우승컵을 차지하기에 충분했다.

대구=허진석.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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