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돈줘도 안판다" 인상보다 무서운 감산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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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73년 1차「오일·쇼크」때보다 절박하지는 않지만 원유때문에 세계가 심한 고통을 받을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돈주고도 기름을 살수없는 사태가 올지 모른다. 미·「이란」관계의악화와 최근 공급과잉 등을 이유로 한 산유국들의 석유감산 움직임은 내년도 세계경제를 어둡게 하고 있는 것이다.
벌써부터 오는 18일에 열릴 「카라카스」 OPEC총회에서는 유가30「달러」인상설이 나돌아 석유소비국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주요석유생산국의 내년도 석유감산계획을 보면 이제까지 석유소비국의 구세주 역할을 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 1월부터는 현재의 하루9백50만 「배럴」의 생산에서 8백50만 「배럴」로 줄일 것을 공식발표 했다.
몇년전 정해놓은 하루생산목표량 (2백만「배럴」)을 초과, 현재 하루2백20만「배럴」로 생산하던 「쿠웨이트」도 80넌에는 유전유지의 최소수준인 1백50만「배럴」까지 감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이지리아」도 하루2백40만「배럴」씩 생산하던 것을 이미 2백만「배럴」로 줄였으며 내년엔 10%를 더 줄일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하루4백만 「배럴」수준으로 생산량이 줄어든「이란」도 미국과의 관계악화에 따른유전시설의 보수미비와 자체 생산감소계획으로 대폭 줄어들것이 예상된다. 그외「베네쉘라」(15만「배럴」), 「아랍」토후국 (7만 배럴」) , 「인도네시아」 (10만 「배럴」)등도 같은 움직임이다.
세계석유 생산과 소비의 양으로 보아 현재 대체로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는 양이라고 한다.
그러나 최근의 「로테르담」석유현물시장의 유가는 0PEC공시가의 거의 2배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이는 돈있는 석유수입국들이 장래에 있을 석유공급부족에 대비, 사재기를 서두르기 때문으로 풀이 된다.
서독은 지난 상반기동안 석유소비가 전년동기비 1.4%밖에 늘어나지 않았는데 수입은17.4%나 늘어났고 「프랑스」는 소비가 1.8% 늘어났는데도. 수입은 12.3%나 늘었다.
경제원리에 의하면 값이 오르면 상품의 공급이 늘어야 하는데 석유의 경우는 산유국의 수입이 늘어나기 때문에 반대로 공급이 줄어든다.
또 산유국들의 입김이 세어짐으로써 이제까지 세계석유수급에 결정적 역할을 하던 「메이저」 (국제석유재벌)들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해져 새로운 석유유통질서가 형성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산유국의 직판분이 많아지고 이는 정치적영향을 많이 받는다. 돈만주면 석유를 파는것이아니라 산유국에 공장을 지어준다든지 외교적인 선린관계가 깊은 나라에 한하여 석유를 공급하는 것이다.
이때문에「걸프」·「칼텍스」등 「메이저」에만 의존하던 석유소비국들이 큰 타격을 받게 됐으며 이미 일본엔 이들 「메이저」들이 내년부터 석유공급을 대폭 삭감하겠다는 뜻을 통고 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1억9천6백60만「배럴」의 석유를「사우디아라비아」(수입비중 57.5%)「쿠웨이트」 (30.5%) 「이란」 (7.7%) 「카푸지」(2.3%) 등지에서 들여왔다. 내년도에 필요한 석유양은 올해보다 16%늘어난 2억2천8백만「배럴」로 보고있다.
내년도 OPEC의 석유공급량은 수급이 겨우 유지되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석유전문가들은예견하고 있다.<윤석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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