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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음기호만으로 한국어교육|대판외국어대 두 강사 시도성공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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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본의 두 젊은 어학강사가 우리 한글을 손쉽게 익힐 수 있는 방법을 고안, 학생들을 가르쳐 효과를 얻음으로써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대판외국어대학(대판부산면시 소재)의 한국어강사로 일하고 있는 「다무라·마리꼬」양(26·전촌)과 「오고세·나오끼」씨(24·생월직수)-.
이들이 생각해낸「단기학습법」은 한글의 글자익히기가 어렵다는데 착안하여 입문단계에서는 음성기호만으로 가르친다는 독특한 방법이다. 이같은 학습방법은 금년봄부터 시작했는데 배울시간이 없는 대학2부(야간부) 학생들에게 특히 효과가 크다는 것.
「다무라」양과 「오고세」씨가 이대학에서 한국어를 교대로 가르치게된 것은 지난해부터. 그러나 학습법이 시원치 않았던지 지난해 가르친 12명의 학생중 9명이 탈락해버렸고 과정을 이수한 학생도 발음이 익숙하지않아 『안녕히 계십시오』를 가르치는데 애를 먹었다고. 이들은 서로 상의한 결과 공부에 충분한 시간을 쏟을 수 없는 야간부학생들에겐 주1회 90분의 수업으로는 글자와 문법을 교과서대로 가르치기란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 가장 큰 이유로 지적된 것이 문자의 난해성.
이에 두 강사는 금년 4월부터 최초이자 최후의 「난관」인 글자를 「우회하자」는 작전을 세우게 됐다. 이작전은 이제까지 교과서에는 단순히 보조기호였던 「로마」자식의 음성기호를 모두 활용, 처음 반년간은 음성기호만을 써 우선 한글음을 기억하도록 했다.
이방법은 곧 효과를 봐 금년에 입학한 학생 6명 모두가 손쉽게 발음을 익혔고 연습문제도 어려워하지 않게됐다.
「다무라」양은 『구미사람들이 언어를 시작할 때 음성기호만을 익히고 있지만 아직 한국어(한글)를 이같은 방식으로 한 예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다무라」양과 「오고세」씨는 이대학 외에도 동대판시의 저사야한국도서자료실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수강생은 60명으로 이중 8할 이상이 사회인. 『이웃사람들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어 부끄럽다』는 재일교포밀집지역 대판시 「이꾸노」구의 주부, 또는 『어학공부가 재미있어서』『조선어를 배우고싶어서』모여든 「학생」들이다. 영어처럼 실리를 찾아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과 「이웃이기 때문에」 한글을 배우는 순수파들이 대부분.

<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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