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상조한 MTN 가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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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6일「제네바」에서 개막된 제35차 GATT (관세·무역 일반협정) 연차총회를 계기로 한국이 MTN (다국간 무역협상)에 선별가입키로 했다는 결정은 좀더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할 일이다.
MTN은, 세계무역의 확대를 위해 관세 인하를 주목적으로 했던「케네디·라운드」가 종료된 직후인 72년부터 태동된 것으로,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내년 초에 발효되는 13개 협약을 일컫는 것이다.
그런데 13개 협약 가운데는 개발도상국의 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성립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반「덤핑」, 무역구조개선, 상계관세 및 정부보조금 등에 관한 협약이 들어있을만큼 선진국 중심의 협약이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즉 MTN은 출발 당초부터 개도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경계하는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었으며 그것이 몇가지 협약을 통해 구체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MTN, 일명 동경「라운드」는 일정한 발전단계에 이른 개도국, 이른바 신공업국가군(NICS)이라는 분류를 해놓고, 그들에겐 통상·금융·경제원조둥 국제경제 측면에서 선진국과 대등한 의무를 져야 한다고 「졸업개념」을 일반화시켜 놓았던 것이다.
이「졸업개념」은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며, 지난 6월에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면 어떠냐는 의사타진을 해온 것도 바로 그러한 실례의 하나였다.
물론 우리가 개도국의 위치에서 벗어나 선진국과 어깨를 겨룰만한 경제실력울 갖추었다면 OECD나 MTN에의 가입을 주저할 것은 없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가 과연 선진국 수준에 이르렀는가 할 때는 아무도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선진국이 원하는대로 개도국으로부터의 「졸업장」을 받는다면 국제금옹 기관에서 받는 융자나 일반특혜관세 수혜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자유화조치와 수입제한조치 철폐를 해야하며, 대개도국 경제원조에 참여하는 등 여러가지 힘에 겨운 부담을 감당해야 된다.
그렇지만 이 허울좋은「졸업장」때문에 우리가 경제대국과 똑같은 「라인」에 서서 경쟁울 해야한다면, 그 결과는 뻔한 것이 아니겠는가.
선진국이라는 것은 적어도 산업기술면에서 기술 수준이 앞서가고 있고 그래서 계속 고도의 기술을 끌어낼 수 있는 성숙기의 경제대국을 말한다.
개도국에의 기술 이전, 다시 말해 기술 수출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선진경제라고 할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 못한 미숙한 경제가 거친 세계경제 환경에 알몸으로 내던져질 경우, 마침내는 그 파도에 휩쓸려버릴 것은 뻔한 이치다.
MTN의 협약 중 특히 개도국의 상품진출을 적극 제한하는 독소조항이 많이 포함된 것은 선진국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같은 독소협약에 가입해서는 절대로 안되며 다만 세계무역의 확대성장을 돕는데 필요불가결한, 원칙적인 협약에만 가입토록 해야 한다.
그리고 선진국의 보호무역주의 경향에 대해서는 여타 개도국과 힘을 합쳐 대항하면서 우리 나름대로의 경제외교전개, 제3국과의 합작투자, 다양한 상품개발 등 다각적인 대응책울 세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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