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기적이었다" 1세대 아이돌의 당당한 귀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13일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데뷔 15주년 기념 god 재결성 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김태우(33)·데니안(36)·윤계상(36)·손호영(34)·박준형(45). god는 다음달 광주·부산·대구·대전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사진 사이더스HQ]

“모두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god 다섯 남자가 여러분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 인생에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늘의 기적을 만들어주신 분은 바로 여러분입니다!”(손호영)

　거대한 함성이 까만 밤을 하늘빛으로 밝혔다. 12일 저녁 서울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 ‘데뷔 15주년 god 재결성 콘서트’를 찾은 1만5000여 관객은 12년 만에 뭉친 ‘오빠들’을 만나기 위해 장롱 속의 하늘색 우비를 꺼내 입었다. 그 시절 여고생은 직장인이 됐고, 더러는 엄마가 됐지만 사춘기 소녀의 순정만큼은 그대로였다.

　8집 새 앨범을 내고 전국 투어를 시작한 god는 이날 공연에서 옛 추억을 그대로 소환했다. 무대 양 옆에 설치한 4개의 대형 시계가 거꾸로 돌자 관객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10여 년 전으로 돌아갔다. ‘사랑해 그리고 기억해’ ‘거짓말’ ‘어머님께’ 등 담담한 내레이션에서 폭발적인 고음으로 내달리는 god표 발라드 앞에서 팬들은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god는 20곡 중 16곡을 과거 히트곡으로 채웠다.

　무엇보다 메인 보컬 김태우와 손호영의 안정적인 보컬이 공연의 완성도를 높였다. 특히 김태우는 ‘재발견’이라고 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량과 능수능란한 애드립으로 무대를 장악했다.

약간의 실수도 있었다. 군무는 예전만큼 날카롭지 못했고, 오랜만에 무대에 선 윤계상은 가사를 잊기도 했다. 하지만 “3곡 연속 부르면 쉬어야 할 나이가 됐다”(김태우) “이제는 머리와 마음이 따로 놀아 춤출 때 한 박자씩 늦더라”(박준형)며 나이듦의 애환을 웃어넘기는 여유가 오히려 보기 좋았다.

　◆1세대 아이돌, 재기는 이렇게=99년 데뷔한 god는 판타지를 극대화한 ‘아이돌’이라기보다 옆집의 친근한 오빠들에 가까웠다. 데뷔 때부터 “외모가 아닌 실력으로 승부 하겠다”고 나섰고, 밥을 굶으며 보낸 가난한 연습생 시절을 숨기지 않았다.

3집 때 도전한 100회 소극장 콘서트는 신비주의 전략에 익숙한 다른 아이돌과 분명 다른 행보였다. 음악 역시 따라 부르기 쉬운 편한 멜로디에 일상과 밀착한 노랫말로 세대를 넘어 사랑받았다.

　2014년 god는 이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돌아왔고, 그것이 시장에서 먹혔다. 음원 차트 1위를 했던 ‘미운 오리 새끼’는 ‘거짓말’을 떠올리게 했고, ‘하늘색 약속’은 ‘하늘색 풍선’(2000)을, ‘새터데이 나이트’는 ‘프라이데이 나이트’(1999)의 연장선에 있는 노래였다.

코믹하게 망가진 뮤직비디오에선 친근한 매력이 되살아났다. 김태우는 공연 직전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앨범을 만들어야 하나 답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결론은 의외로 간단했다. 많은 연령층이 귀담아 듣고 좋아할 수 있는 노래, 아빠·엄마·아들·딸의 역할과 모습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삶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우리가 찾은 답이었다”고 말했다.

　여기에 배우로 전향하며 떠났던 윤계상의 합류가 한 편의 드라마를 보탰다. 연예기획사의 전략으로 만들어지는 아이돌 그룹은 계약이 끝나면 해체의 수순을 밟는다. 이들의 히트곡은 다시 불리지 못한 채 팬들의 추억 속에 묻힌다. 그것이 아이돌 그룹이 전형적인 생몰 패턴이었다. god는 이를 거스르며 팬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선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 ‘졸피뎀 복용’ 혐의로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아 논란이 됐던 손호영은 “지난해 (자살 시도) 사고 당시 수면제를 복용했던 것은 사실이나 그 이후엔 복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김효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