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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퇴근을 지키는 관청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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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근자, 중앙청을 비롯한 관청가에는 전과 비교하여 큰 변화가 눈에 띈다. 작년 이맘때만 해도 년말수출목표의 달성을 위해 밤늦게까지 휘황한 불들이 점등 돼 있던 경제부처에서조차도 이제는 하오 5시 퇴근시간이 되기 무섭게 대다수의 공무원이 자리를 뜨고, 밤늦게까지 야근하는 풍경을 좀처럼 보기 어렵게 된 것이다.
상오 9시 출근 하오 5시 퇴근이라는「오피스·아워」를 깍듯이 지키려는 새 기풍이 생긴 것이라면 또 몰라도, 관청가의 이 같은 변화가 과연 비상시국하에서 보다 능동적으로 일해야할 공무원사회의 정도인가는 다시 한번 생각해 몰만한 문제일 것 같다.
더 말할 것도 없이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이며, 동시에 민주안정을 위한 제반시책수행의 핵심이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부패했다든지, 기강이 문란하다든지, 또는 능동적으로 일할 의욕이 없다든지 하면 국민생활에 즉각적인 영향이 미치게 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 우리 나라는 새 질서탄생을 앞두고 일대 진통을 겪고 있다. 「안정속의 지속적 성장」 이라는 우리의 지상명제와 어떻게 조화시키면서 이 진통기를 극복하느냐가 우리가 당면한 최대과제일진대 공무원들의 의연한 근무자세는 제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10·26사건」이 몰고 온 형격파가 어느 계층보다 공무원사회에 미친 영향은 컸을 것이다. 이 사건이 공무원들에게 준 심리적 충격도 충격이려니와 당장 주요정책의 수립이나 집항에 얼마쯤의 혼선이 빛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도 짐작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사건이 난지 한달이 지난 지금까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자주 자리를 비운다든지, 종전과는 달러 퇴근을 서둘러 하는 등의 행위는 공복으로서 바람직한 근무자세는 아니쟎는가.
「새 질서」의 형태가 어떤 것이 되든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직결되는 항정에는 자그마한 공백도 었어서는 안된다.
민원창구를 담당한 일선공무원들은, 좋은 항정이란 모든 민원처리가 신속하고 비용이 적게 들며 국민을 편하게 하는 것이 아니면 안된다는 투철한 인식에 바탕해서 친절한 대민봉사자세를 가다듬어야할 것이다.
지금과 같은 비상시국하에서의 이러한 대민자세는 비단 공무원으로서의 정도일뿐 아니라 새로운 국가질서를 위해 초석을 놓는 일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일이란 찾으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자신의「이니셔티브」로 비록 자그마한 일일망정 능동적으로 성취시킨다면 그 가운데서 공무원된 보람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상부로부터의 지시나 독려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던 근무자세를 탈피할 때는 지금이 아닐까.
공무원들의 이러한 능동적 근무자세는 적극 권장되어야겠지만, 이와함께 과도기의 통제완화를 틈타 혹시나 탈선행위를 하는 일부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제재가 가해져야 할 것이다.
계엄당국은 공직자의 비위를 단계적으로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1차적으로는 모든 공무원들이 사정기관의 단속과는 관계없이 사명감을 갖고 맡은 일에 능동적으로 임해주기를 거듭 당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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