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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성장」…건설업체|공사 연백%늘어도 빚은 자본금의 4배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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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재무구조가 아주 불량하다. 근래 몇년사이 불꽃같이 일어나 돈을 듬뿍 벌었을텐데도 빚은 해를 거듭할수록 쌓여가고 있다.
건설협회가 분석한 전국 5백27개 건설업체의 78년 경영실적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의 부채비은 작년말 현재 평균 3백87.8%. 자기돈보다 빚이 거의 4배나 된다는 뜻이다. 대표적인 「차금경영」이다. 건설업은 수년래 다른 어느 업종보다도 급성장했다. 「아파트·붐」과 중동경기를 만끽하면서 건설업계는 눈부신 성장을 했다. 작년도에 국내에서만 2조3천억윈어치의 공사를 따냈다. 이는 77년의 1조2천6백23억원보다 거의 배가 는 것이다.
매출액이 76년 1백4%, 77년의 1백53%에 이어 78년에 55%가 늘어 1년에 배씩 불어나고 있다.
제조업의 작년 평균 매출액 증가율은 36.5%.
건설업의 큰 돈줄은 역시 77년부터 본격 「붐」을 이룬 「아파트」공사. 작년의「아파트」 건설·수주액은 7천9백56억원으로 전체건설수주액의 34%를 차지, 단연 주종을 이뤘는데 이는 77년의 2배가 되는 액수다.
「아파트」건설은 단기간에 돈을 빼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작년에 건설업체들이「아파트」에서 대부분 재미를 봤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건설업체들의 빚은 해마다 늘고 있다.
기업의 안정성을 가늠하는 부채비율이 76년에 평균 2백64.2%이던 것이 77년엔 3백11%로 높아졌고 작년에는 3백87.8%로 껑충 뛰었다.
제조업체의 작년 평균부채비율이 3백66.8%보다 높은 수준이다.
건설업체가운데서도 특히 대기업의 부채상태가 더욱 나빠 77년의 3백16%에서 작년에는 부채비율이 4백11%로 상승, 심각한 국면을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의 작년 부채비율이 1백70.8%로 77년보다도 오히려 개선된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건설업의 매출증가율이 제조업의 그것보다 높으면서 부채비율도 더 높다는 것은 그만큼 건설업의 이상성장을 잘 말해 주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건설업체의 재무구조악화가 그동안의 노임·자재비의 상승과 건설업특유의 선투자·후판매에 따른 낮은 자금회전율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제도금융의 혜택에서 제외되어 사채의존도가 높고 「아파트」 건설업자의 경우 건축억제로 「아파트」부지로 매입한 토지를 활용하지 못한 때문이라고도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일부관계자는 대규모건설업체들이 호황의 실익을 누리고도 재무구조가 나빠진 것은 번돈이 기업에 들어가지 않고 다른 사업이나 비업무용 부동산 매입에 수익을 돌린 탓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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