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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바꾸는 체인지 메이커] 가격 거품 뺀 스마트폰 히트 … 거대한 ‘좁쌀’로 변신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레이쥔이 샤오미 창업을 앞두고 중국 최고의 인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고군분투한 스토리는 유명하다. 좁쌀 죽을 함께 먹으며 성공 의지를 다졌던 레이쥔(중앙)과 6인의 초기 멤버들. [사진 샤오미 홈페이지]

지난 한 주 우리나라에서 가장 화제가 된 경제뉴스는 아무래도 삼성전자의 2분기 어닝 쇼크였다. 매출과 영업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9.5%, 24.5% 급감했다. 영업이익은 7조2000억원으로, 국내 증권가의 대체적 예상 치를 1조원 가량 밑돌았다. 예전 같으면 애플과의 경쟁 상황에 눈길이 모아질 텐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이름도 생소한 중국의 샤오미(Xiaomi Tech·小米科技)란 회사가 부진의 주 요인으로 지목됐다. 설립한 지 만 4년, 첫 제품을 내놓은 지 3년이 채 안 된 회사다. 하지만 성과는 눈부셔서, 지난 1분기에는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 애플(10%)을 밀어내고 삼성(18%), 레노버(12%)에 이어 점유율 3위(11%)를 차지했다. 4월에는 드디어 중국에서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팔아 화제가 됐다. 질주의 중심에는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레이쥔(雷?·45)이 있다. 오늘날 그를 만든 건 뜻밖에도, 마흔 살 언저리에 불현듯 찾아온 인생의 ‘하프 타임’이었다.

후베이성 출신인 그는 우한대 계산기학과 4학년이던 1990년 친구들과 첫 창업을 했다. 잠을 잊고 몰두해가며 PC에서 중국어를 구현해 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러나 저렴한 복제품이 쏟아지면서 회사는 6개월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대학 졸업 뒤 베이징으로 간 그는 신생기업 킹소프트(Kingsoft, 金山?件)의 여섯 번째 직원이 됐다. 회사는 성장을 거듭했고 그도 고속 승진을 거듭 해 29세 때 사장이 됐다. 마침 마이크로소프트(MS)가 중국에 입성하자 킹소프트는 대항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특히 워드프로세서(WPS)와 오피스 프로그램 개발에 진력했다.

4월엔 중국서 삼성전자도 추월
하지만 MS를 따라잡긴 힘들었다. 레이쥔은 다섯 차례 시도 끝에 2007년에야 회사를 겨우겨우 상장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돌연 은퇴를 선언한다. 몸과 마음 모두 지친 탓이 컸지만 근본 원인은 죄책감이었다. 중국 매체 ‘신세기주간’에 따르면 그는 2003년에야 남들에게 뒤처졌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발 빠른 이들은 일찌감치 인터넷 세상을 향해 달려갔는데 본인은 WPS에 매달리느라 대세를 놓쳤고, 그로 인해 회사와 직원들에까지 큰 손해를 끼쳤다는 거였다.

이렇게 시작된 휴지기는 그가 세상의 변화와 시장의 흐름을 넓고 깊게 파악하는 계기가 됐다. 엔젤투자자로서 모바일 쇼핑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새 분야 신생기업들에 자금을 지원했다. 사업에 대한 남다른 깨달음도 얻었다. 성공은 성실함만으로 이룰 수 없으며 가장 유망한 시장을 찾아 흐름을 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태풍의 길목에 서면 돼지도 날 수 있다”는 말로 표현했다. 21세기의 산업 태풍은 바로 ‘모바일 인터넷’이었다.

긴 모색과 성찰 끝에 레이쥔은 결국 또 한 번 창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2010년 4월 샤오미의 문을 열었다. 샤오미의 로고(작은 사진)는 ‘모바일 인터넷’의 머릿글자인 M과 I를 조합한 것이다.

창업 멤버들 좁쌀 죽 먹으며 성공 다짐

샤오미는 중국어로 ‘좁쌀’을 뜻한다. 창업 멤버들과 좁쌀 죽을 먹으며 의지를 다졌다 하여 붙인 이름이다. 2011년 8월 첫 제품이 나왔다. 시작부터 전복적이었다. 스마트폰 단말기가 아닌 운영체제(OS)를 먼저 선보인 것이다. 안드로이드 OS를 개조한 MIUI였다. 디자인과 성능을 사용자 입맛에 맞게 뜯어고칠 수 있는 소비자 친화형 OS다.

자체 OS를 갖게 됨으로써 샤오미는 1석 3조의 효과를 누리게 됐다. 첫째,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이 아닌 자체 앱스토어를 갖게 됐다. 삼성전자만 해도 자체 앱 플랫폼 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으나 아직껏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샤오미는 그 난제를 단숨에 뛰어넘은 셈이다. 둘째, 기술 선도회사로서의 위상을 구축하게 됐다. 애초 부품 공급에 난색을 표했던 퀄컴 등 글로벌 업체들도 개방성이 크고 열성 팬을 확보하기 쉬운 MIUI의 장점을 높이 사 샤오미와 손을 잡았다. 셋째, 수시 업데이트가 가능하게 됐다. 샤오미 스마트폰은 요즘도 매주 1회 이상 업데이트를 시행한다. 덕분에 사용자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이 마치 다마고치처럼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실제 첫 스마트폰인 미1(Mi1)이 나오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고사양 초저가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샤오미 스마트폰은 첫 출시 때부터 1999위안이란 가격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 돈으로 약 33만원, 비슷한 사양의 아이폰이나 갤럭시폰의 절반 값도 안 된다. 샤오미가 애플·아마존·델 등 글로벌 기업의 성공 사례를 철저히 벤치마킹한 덕이다.

우선 샤오미는 애플과 마찬가지로 제작 전 과정을 아웃소싱으로 진행한다. 역시 애플처럼 1년에 한 제품만 내놓는다. 마케팅 비용은 매출 대비 1%만 사용한다. ‘미펀(米粉)’이라 불리는 열성 팬클럽과 네티즌들의 입 소문에 의존한다. 그만큼 소비자와의 소통에 많은 공을 들인다. 제품 출시 직후에는 극소 물량만을 내놔 매진 사례를 만드는 등의 온라인 마케팅에도 능하다. 아이폰과 유사한 디자인과 제품 이름 등으로 후광 효과도 누린다. 레이쥔은 ‘레이 잡스’라는 비아냥에도 아량곳 없이 스티브 잡스와 유사한 복장, 프레젠테이션 스타일로 화제를 양산해 왔다.

아마존으로부터 가져온 건 플랫폼 전략과 온라인 유통이다. 샤오미 제품의 대부분은 자체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려 나간다. 아마존이 전자책 기기 ‘킨들’을 출시할 때처럼, 기기는 저렴하게 팔되 거기 얹을 콘텐트를 지속적으로 생산· 판매함으로써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수익 극대화를 노린다. 델사와 같이 온라인을 통한 선주문 후제작 방식으로 재고를 최소화한 것도 주효했다.

“제품 사면 서비스 시작된다”로 차별화
샤오미는 지난 5월 태블릿PC 미패드(MiPad)와 초고화질TV 미TV(MiTV)를 출시했다. 이로써 애플· 삼성전자 등과의 전선은 스마트 기기 전반으로 확대됐다. 레이쥔은 자신만만하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우리는 소프트웨어에서 삼성전자를 앞선다. 갤럭시 소비자는 스마트폰을 사는 것으로 서비스가 끝난다고 생각하지만 샤오미 소비자는 제품을 사는 것으로부터 서비스가 시작된다고 본다”는 말을 해왔다. 샤오미는 기기 회사가 아니라 자체 플랫폼에 기반한 모바일 인터넷 회사라는 뜻이다.

그런 만큼 레이쥔의 목표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매출액을 뛰어넘는 것이 아니다. 샤오미폰을 통한 인터넷 접속 횟수와 데이터 사용량을 늘리는 것이다. 샤오미는 실제 이런 목표에 착실히 다가가고 있다. 최근 모바일 시장조사업체 플러리는 ‘샤오미 사용자의 앱 이용 시간이 아이폰 사용자보다 7%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놨다. 반면 갤럭시의 앱 사용시간은 아이폰보다도 14%가 짧았다.

어쩌면 삼성전자가 진정 고심해 할 일은 급락한 스마트폰 매출이 아니라 그 이후 닥칠 비(非) 모바일 인터넷 기업, 무(無) 플랫폼 기업의 막막함일지 모른다.

이나리 은행권청년창업재단 기업가정신센터장 naree@dcam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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