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제군에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6일의 계엄사 포고 8호로써 내주 초부터 대학의 문이 모두 열리게 되었다.
「10·26」사태이후 24일만의 일로서, 이처럼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대학의 정상화가 이루어지게 된 것을 크게 환영한다.
우리는 계엄당국의 이번 결단이 비단 대학의 법정수업일수 충족을 위한 교육적 배려 차원을 넘어, 이미 착실하게 움직이기 시작한 나라 전체의「정치발전지향」과 궤도를 같이하는 것으로 믿고 싶다.
그 동안 잇따라 발표된 학원내 관심사의 전진적 개선약속이나 긴급조치관련자의 석방조치 결정 등과 아울러 생각할 때, 그 방증은 충분하다 하겠다. 새삼, 이 영역에서도 우리 민족의 성숙한 저력을 실감하면서 바야흐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역사의 장엄한「메타모르포시스」가 펼쳐지고 있는데 대해 감개무량하다.
본란은 이미 다시 문을 열게 된 대학의 학원풍토 재정립문제에 대한 희망을 피력한바 있거니와 우리는 이 싯점에서 다시 한 번 미증유의 난국을 극복하는데 있어 대학의 선전적 역할을 강조한 당국자의 의도를 촌도 하면서 대학생 제군들의 자중과 높은 자부심을 환기코자 한다.
어느 시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앙상·레짐」의 도덕적 퇴폐를 타파하고 새로운「에토스」에 입각한 사회정신을 진작하는데 있어 젊은 지성인들의 정열만큼 위대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없다.
이 점에서 대학생을 위시한 젊은 지성인들의 정열은 역사발전의 구원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정열이 인간적인 관용이나 이성의「백·업」을 얻지 못한 채 야성화 했을 때는 그것 때문에 도리어 역사발전의 흐름이 역로하기도 했었다는 것을 역사는 또한 교훈하고 있다.
해방후 30유년의 체험을 통해서도 우리 대학생들은 이 역사의 배리를 누구보다도 절실히 깨닫게 되었으리라 믿는다. 우리 지성인들의 의식은「8·15」, 「4·19」,「6·3」 등 역사적 전기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던가 하는 인과관계를 반추해볼 만큼, 이미 충분히 성숙했다고 우리는 믿는다.
비상계엄 하에서 「캠퍼스」에 돌아오게 된 대학생 제군은 착잡한 심정 가운데서도 바로 이 성열한 지성을 구사하여 자신과 나라의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사색해야할 때다. 그들이 할 일들은 너무도 많고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갖는 무게는 실로 무겁다고 아니 할 수 없다
물론 보다 충실한 자기완성을 위한 면학과 수양에만 전념하라는 설교를 우리가 할 계제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겐 이 같은 학생 본연의 책무 외에도 이성의 뚜렷한 이서보증을 얻은 정열을 쏟아, 안으로는 흐트러진 학원질서의 광정과 밖으로는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를 위해 몸바쳐 일할 것을 국가사회는 희망하고있는 것이다.
학문적 권위의 동요, 흐트러진 사제간, 동료학생 간의 인간관계, 학원운영질서의 민주적 개혁 등, 당국자도 시사한 「학원내관심사」의 전진적 개선뿐만 아니라, 지금 전세계적으로 요구되고 있는 고등교육제도 전체의 구조적인 개혁문제가 곧 대학생을 포함한 대학사회구성원 전체의 회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가 아니겠는가.
주지하다시피 오늘의 대학은 한나라의 지적·문화적 신기축의 산실이자 동시에 그 나라 정치·경제·사회를 망라한 국민생활 전영역에 걸친 현대성 창출의 중추가 되어야 할 일반적 요청 외에도, 대량화·대중화·다원화·다양화를 그 구조적 특성으로 하는 산업사회 고유의 요청에 따라 지금까지의 연구·교수·봉사라는 전통적 대학기능자체를 전면적으로 재정립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한가지 비근한 실례로 대학생 자신부터가 넓은 학문분야에 걸친 기초교양을 쌓아야할 뿐 아니라, 그들의 학습과 연구기능을, 때로는 대학이외 기관의 협조를 통해서 얻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 조성되고 있지 아니한가.
이런 가운데 사회각체의 모든 영역이 저마다 놀랄 만큼의 성숙을 달성해가고 있는 지금 대학생들이 어찌 한때의 투안이나 정처 없는 방황으로 그 귀중한 정열과 시간을 낭비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대학생 제군의 정열과 성실한 학구적 자세가 지금 우리 국가사회가 절실하게 요청하고 있는 안정과 질서 속의 전진과 질적 발전을 위해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는 평가를 받게 됨으로써 한국 지성사회의 「다이내미즘」과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세계에 대해 다시 한 번 과시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