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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0명 vs 85명 … 아이언돔이 해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 상공에서 이스라엘 미사일방어 시스템인 아이언돔의 요격 미사일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쏜 로켓포를 공중 폭파시키기 위해 날아가고 있다. [텔아비브 AP=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의 공방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아이언돔(Iron Dome)이 주목받고 있다.

 하마스가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이스라엘을 향해 400여 발의 로켓포를 발사했지만 이스라엘 측의 사망자는 1명도 없고 부상자만 수명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로켓포 공격이 집중된 곳이 예루살렘·텔아비브·하이파 등 인구 밀집 지역인 것을 감안할 때 아이언돔이 ‘강철 지붕’ 역할을 제대로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팔레스타인 측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85명이 숨지고 500명 이상이 다쳤다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하마스는 이번 로켓포 공격에서 인구 밀집 지역 외에도 이스라엘의 디모나 핵 원자로도 겨냥했다. 디모나가 공격 대상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러나 디모나를 겨냥한 로켓포 3발 중 1발은 아이언돔이 공중에서 격추했으며 두 발은 나대지에 떨어졌다.

 아이언돔은 이스라엘이 개발에만 2억1000만 달러(약 2100억원)를 들인 미사일·포탄 방어 시스템이다. 적군 로켓포나 포탄의 궤적을 계산해 미사일로 요격하는데 이스라엘은 자체 평가를 통해 명중률이 90%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 전역에 7곳의 아이언돔 기지가 있다. 미사일 발사 포대 하나당 제작비가 5500만 달러, 미사일 한 발당 발사비용은 5만 달러에 달한다. 반면 하마스의 카삼 로켓은 한 발당 800달러가 든다. 800달러 로켓포를 막으려 5만 달러 미사일을 발사하느냐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언돔 미사일 비용은 미국이 한국 정부에 도입을 요청하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 시스템의 요격 미사일 1기(1100만 달러)의 220분의 1에 불과하다. 이스라엘 사상자 수가 미미한 수준인 데서 알 수 있듯 아이언돔은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아이언돔의 성공이 군사 전략에 강한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일간지 예디오트 아흐로노트는 아이언돔을 ‘황금지붕’이라 부르며 “아이언돔 시스템이 전투의 양상을 바꿨다”고 치켜세웠다.

힘을 받은 이스라엘은 ‘방어의 날(Protective Edge)’이라고 명명한 이번 공격을 지상전으로 확대하는 것까지 검토하고 있다. 외신은 이스라엘 국방부 관리들을 인용해 “이스라엘은 (지상)군 급습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의회에서 “휴전은 어젠다에 올라와 있지도 않다”고 못박은 뒤 이스라엘 전역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계획대로 전투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서는 “민간인 뒤에 숨은 하마스가 나쁘다”며 공격의 고삐를 늦출 의도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은 지상군 투입을 염두에 둔 듯 가자지구 인근 주민들에게 피신하라는 전화통지문까지 돌린 상태다.

 전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제사회는 긴장하고 있다. 10일 안전보장이사회 긴급 회의를 소집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하마스의 무책임과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 사이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양측을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10일 전화해 “추가 악화 위험성을 우려한다”며 “휴전을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2012년 양측 교전 중재에 나선 적이 있는 이집트 역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정작 양측은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의 야알론 국방장관이 10일 “전투의 나날은 길 것”이라 엄포를 놓자 하마스 대변인 사미 아부 주리는 “우린 더 잃을 게 없다.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대응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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