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대호내각의 재출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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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약1개월을 끌었던 일본 자민당의 내부파쟁은 「오오히라」내각의 재출범으로 일단 낙착되었다. 그러나 이 결과는 자민당이 안고 있는 문제점의 해소나 수습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난기류의 시작인 감이 농후하다..
「오오히라」수상이 지난번 중의원선거에서 원내 안정다수의석 확보에 실패하자 당내 비주류에서는 그의 인사사퇴를 요구하는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오오히라」수상은 계속 집권을 통한 행정개혁만이 참다운 책임수행이라고 주장하면서 비주류의 사퇴요구를 일축했다.
이 공방은 급기야 당내에서 수습되는 계기를 찾지 못한채 원내로까지 연장되어 동일정당에서 2명의 수상후보를 내는 비정상적 사태를 빚어냈고, 그 결과 「오오히라」수상은 신자유「클럽」의 지지표로 간신히 재선되었다.
이 진통과정에서 보수 통합모의당으로서의 자민당의 일체성과 자체조정능력은 크게 쇠퇴했으며 이번의 정쟁은 주류·비주류를 따질것없이 일본국민의 여망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한낱 당권투쟁 내지 권력투쟁이었다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
유권자들에 의해 원내 안정다수석을 명백히 거절당한 「오오히라」수상의 입장이 크게 당당하지 못할 것임은 물론이고, 자민당의 실패를 오로지 「오오히라」수상 혼자만의 실책인양 단정하려는 비주류의 자세도 문제가 있다 할 것이다.
총선에서의 자민당의 저조가 자민당 집권 4반세기가 초래한 「구조오직」과 「행정노후화」때문이라 상정할때, 그 책임은 자민당 각파 모두의 것이고, 그것을 시정하는 길도 당을 쇄신하고 근대화하는데 있는 것이지 파벌간의 권력암투를 되풀이 하는데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생 「오오히라」수상의 제2기 내각역시 당풍쇄신·행정개혁·기강숙정및 「에너지」대책이란 당면 과제를 처리해나감에 있어 소신있는 추진력과 안정된 지도력을 행사하기는 어려울것 같다.
「오오히라」파의 당내 기반은 「다나까」파와의 제휴로 간신히 유지될 뿐인데다 원내기반 역시 확고하지 못하여 신자유구나 민사당의 협조없이는 대세를 이룰 수가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형세는 결국 일본의 정치가 여야 백중하의 중도적 준연합시대로 서서히 유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것으로 볼수 있으며, 일본의 여야 각당도 그러한 유권자의 지향에 겸허하게 적응해 나가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 생각된다.
일본의 국민은 분명 그 어떤 청신한 「리더십」을 대망하고 있는데 그상승된 기대를 충족시킬 정당이나 지도노선이 부재하다고 보기 때문에 자민당·사회당등 그어떤 정당에도 압도적인 득표를 허용하지 않은 것같다.
그래서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일본의 집권당이나 야당은 보다 성숙한 유권자의 기대와 판정에 스스로의 자세를 맞추어 나갈 유연성을 갖지 않으면 안될 시점이다.
「오오히라」수상의 제2기 내각성립까지의 진통을 거울삼아 일본의 지도층은 앞으로 일본자체 내부의 정치적 「리더십」정비는 물론, 보다 성의있는 「아시아」공동체의 일원으로서의 사명에 더 투철해졌으면 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새「오오히라」내각의 신임 「오오끼따」외상이 변함없는 대한우호자세를 천명한 것에 주목하면서 대륙붕이나 어로문제, 무역역조시정등 한·일간의 현안문제를 신속하게 진척시켜 나갈수 있게 되기 바란다.
「아시아」의 주요국 일본이 당면한 제1의적인 외교과제는 한·일간의 호혜적인 협력노선에 바탕해 동북아의 안정유지에 기여하는 것임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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