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공직 떠나면 함께 떠날 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어게는 「인터뷰」약속을 못 지켜 미안했습니다. 「필리핀」해장의 태풍으로 출발이 늦어져 여기서 급히 처리해야할 일들이 많았거든요.』 3일 고 박정희대통령 조문사절로 한국에 온 미모의 「필리핀」의 「퍼스트·레이디」「이멜다·로무알데스·마르코스」여사(50).
태풍 때문에 깨진 약속이 태풍 때문에 다시 이루어져(출발이 또 지연되어) 6일 하오4시 숙소인 「호텔신라」에서 만난 「강철나비」「이멜다」여사는 양쪽 귀에 붙인 진주「이어링」이 한결 돋보이는 검은 색 옷차림. 그는 질문에 답해 1시간20분이 넘도록 「퍼스트·레이디」의 직책, 여성해방, 자녀교육 등을 얘기했다.
- 3자녀를 가진 어머니로 「퍼스트·레이디」역할 외에 수도권 「마닐라」지사, 그리고 거주환경장관, 국회의원이기도 한데 그중 어떤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필리핀」사람이라는 것이고(그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필리핀」인으로서의 주체성, 뿌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로는 한 남자의 아내라는 것, 세 번째는 어머니라는 사실입니다.
공인으로서의 역할은 그 다음입니다. 지사·장관·국회의원·「퍼스트·레이디」·외교관의 역할이란 내면으로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이 연결되어있는 것과 같지요.』(또 스스로의 술회처럼 필요에 따라 하루 2∼4시간의 수면만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운 좋게 강인한 체질로 태어난 것, 피로를 모르는「스태미더」, 맡겨진 일에 즐겁게 몰두하는 성격 등도 큰 몫을 한 것 같다.)
- 「퍼스트·레이디」로서, 중요한 위치의 공직자로서 「마르코스」대통령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국가정책결정에는 어느 정도 참여하십니까.
『자주 사람들이 우리가 함께 생각해본 일도, 얘기를 나눠본 일도 없는 문제에 내가 영향력을 발휘했다고 하는 경우를 만납니다.
그것은 우리가 얘기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일정한 문제를 비슷한 관점에서 보고 같은 생각을 하게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듯 합니다.』(그는 나아가 「센시티브」한 「퍼스트·레이디」라면 모든 일들을 시야를 넓혀 바라보고 문제의 세세한 부분까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인다.)
- 소녀적 꿈은 「퍼스트·레이디」였습니까. 또 지나친 영향력의 행사로 논란이 되는 경우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웃음)아니, 발전도상국의 「퍼스트·레이디」란 사실 그들의 환경이나 역사만큼이나「센시티브」한 역할입니다.
11명 형제 중 7번째였는데 소녀적에 나는 우습게도 아무런 야망이 없는, 단지 사랑만을 꿈꾸던 아이였어요(웃음). 「퍼스트·레이디」에 대해서도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사람이 있겠지요. 그것은 환경이나 경우에 따라 달라지지요.』
- 「이멜다」여사가 「마르코스」대통령자리를 계승할 수 있으리라는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요.
『대통령이 자리를 떠난다면 그 순간 나도 함께 내 직책을 떠납니다. 나의 역할은 남편에 의해 얻어진 것이니까요. 나는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픈 욕망이 없습니다. 여성지도자는 의혹의 눈으로 보니까요.』(그러나 영국의 「대처」수상처럼 훌륭한 여류정치가가 배출되는 것은 기쁜 일이라고.)
- 여성해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나는 여성해방을 믿지 않아요. 개발도상국가 여성들의 의무는 자신의 책임과 역할을 아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남성들과 함께 책임을 나누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통적으로 동양여성은 내면으로는 강하지만 겉으로는 우아합니다. 우리 동양여성들이 일하고싶다면 서양을 모방하기에 앞서 스스로의 능력과 힘을 보여줘야겠지요.』
- 외교사절로 해외여행을 자주 하시는데 연간평균 얼마동안이나 외국에서 보내십니까.
『올해에도 「오스트리아」 독일 영국 「모로코」중공 미국 한국을 여행했습니다. 연평균 1∼2개월 정도지요.』
- 시간이 나면 무얼 하십니까? 취미는?
『대동령도 좋아하는 「배드민턴」이나 「볼링」을 합니다. 「바이얼린」과 「피아노」를 배워 특히 「클래식」을 좋아하는데 「브람스」 같은 「로맨틱」한 것이 마음에 들어요.』
이번 한국을 처음 방문하시고 느끼신 점은?
『네, 국제적으로 국내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한국민들이 잘해나가고 있고 또 커다란 경제발전을 이룬것을 보고 크게 감명받았습니다. 낙천척인 「필리핀」인이 배울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비행기로 3시간30분 거리의 가까운 이웃 「필리핀」과 더 많은 교류가 생길 것입니다. 한국민에게 「마부하이」(「필리핀」어로 「영생」의 뜻)를 전합니다.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박금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