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국민 상식 무시한 야당의 권은희 '보상공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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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광주 광산을 재·보선 후보로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공천한 것은 최악의 캐스팅이다. 여당은 ‘부당거래’ ‘보상공천’이라며 비난하고 있고 야당에서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많다.

 우선 권 전 과장은 2012년 대선 정국을 흔들었던 국정원 여직원 댓글사건의 수사 책임자다. 이 사건은 검찰에서 수사를 확대해 원세훈 전 국정원장까지 기소됐지만 아직 1심 선고도 끝나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는데 수사 관계자가 사건의 한쪽 축인 야당의 텃밭에 공천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권 전 과장은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의 외압 의혹을 제기해 정국을 다시 한번 격랑으로 몰고 간 인물이다. 김 전 청장은 이로 인해 공직선거법 위반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지만 1,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법원은 김 전 청장이 수사 결과를 축소하려고 압력을 넣었다는 권 전 과장의 주장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자신을 양심적인 공익제보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법원 판결문 내용을 보면 오히려 사실을 왜곡·과장한 것에 가깝다. 확정 판결이 남아있지만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결과가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오히려 권 전 과정의 출마로 폭로의 진정성마저 훼손될 것이다.

 권 전 과장은 9년 동안 몸담았던 경찰 조직에도 상처를 남겼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수사를 놓고 경찰 내에서 ‘편 가르기’나 ‘줄 대기’ 현상이 더 노골화될지 모른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정치권 한편에선 경찰 수사의 신뢰성을 의심할 것이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의 지적처럼 특정 정파에 줄을 대면 나중에 당에서 국회의원을 시켜준다는 분위기를 만들어 사회 혼란을 가져올 우려도 있다.

 공무원도 사직 후 얼마든지 정치를 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권 전 과장의 경우 시기와 과정이 모두 부적절하다. 만약 그가 당선돼 법사위원이라도 된다면 법원에 계류 중인 자신 관련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10일 전만 해도 출마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갑자기 깜짝 공천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권 전 과장을 밀어붙이는 것은 국민의 상식을 무시하는 오만한 행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