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쪽서 떠내려온 폭발물에 다친 어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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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불과 2km폭의 강물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과 맞닿아 있는 한강하구에 살고 있는 주민입니다.
언제 북괴 침략의 포화가 머리 위에 떨어질지 24시간 긴장을 풀 수 없는 최전방에 사는 저희들을 또 어느 누구보다도 더 자유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고 철저한 반공의식을 생활화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런 주민가운데 하나인 저희 가정에 얼마전 청천벽력과도 같은 재난이 닥쳤습니다.
지난 8월 5일 국민학교 5학년에 다니는 막내딸 효선(12)이 방과후 친구들과 함께 갯가에 가서 조개를 줍고 놀다가 잘못 지뢰를 밟아 왼쪽 정강이뼈가 으스러지고 오른쪽 발뒤꿈치가 달아나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함께 갔던 동네아이들은 다행히 흩어져 있어서 무사했습니다만 효선이는 의식을 잃고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졌습니다. 지뢰는 장마통에 북괴지역인 상류에서 떠내려온 것이 개펄에 앉혀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사고가 난 개펄은 마을에서 불과 2백m쯤 떨어진 곳으로 평소 출입을 못하게 돼있고 감시초소가 설치돼 경찰관이 지키고 있으나 어린이들이 어른들의 눈길을 피해 드나들며 놀이터로 삼고 있습니다.
중상을 입은 효선이는 그날밤 경찰이 특별히 마련해준 배편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고 이튿날 서울대병원에 입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죽을 줄만 알았던 것이 목숨을 건졌고 4차례의 수술을 받아 어쩌면 불구는 면할 것 같다는 의사선생님의 얘기여서 저희 부부는 천은으로 여기고 감사하고 있습니다만 막상 또 하나의 걱정이 눈앞을 막아섰습니다.
우리 집 살림으로는 천문학적 숫자인 2백50여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마련할 방법이 막연한 것입니다. 장갑기술자로 한달 7만여원의 수입과 아내가 행상을 해서 세 아이와 다섯 식구가 겨우 살아가는 저희 형편으로는 엄청난 치료비를 무슨 수로 마련할지 앞이 캄캄할 뿐입니다.
천재라고도 할 수 없고 그냥 어린아이만의 잘못이라고만도 할 수 없는 효선이가 당한 사고 같은 경우 국가의 도움을 받을 길은 없는지요. 저희 같은 특수지역 주민의 이런 재난을 주민 개인만의 책임으로 돌려버릴 수만은 없을 것 같습니다. 당국의 적절한 배려가 있다면 나라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욱 커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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