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올라도 채권 가격 하락 막아 '위험률 0' 목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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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하이일드 펀드에 투자자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 기업 부도율이 낮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하이일드는 높은 부도율로 위험한 대신 많은 이자를 지급하는 고수익·고위험 회사채를 말한다. 신용등급이 낮아 간접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기업이 발행한 채권이어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지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위험부담은 크다.

 최근 하이일드 펀드의 운용 방법이 진화하고 있다. 하이일드 채권만 편입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하이일드 채권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자산을 함께 편입해 운용하는 것이다. 하이일드 펀드 투자 때 가장 우려되는 것이 금리 상승이다. 하이일드 채권만 담고 있으면 미국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 시 펀드 수익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버스 채권ETF(상장지수펀드)를 함께 담으면 금리가 올라도 펀드 수익률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 국채 인버스는 일반적인 채권 개념과는 반대의 뜻으로, 금리가 오를 때 오히려 수익을 내는 구조다. 미국채 인버스ETF는 국채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위험률을 제로 수준으로 낮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하이일드 채권 고유의 높은 이자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이일드 펀드는 일반적으로 경기 침체 국면을 지나 경기 회복 국면에서 투자효과가 높은 상품이다. 경기 회복 국면에 접어들면 신용스프레드가 축소돼 하이일드 채권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5월 21일 ‘한국투자 미국제로듀레이션 하이일드펀드’를 출시했다. 금리 상승 때 발생할 수 있는 채권가격의 손실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안정적으로 하이일드 채권 고유의 높은 이자 수익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펀드는 주로 미국 하이일드채권ETF에 자산의 70~90%를 투자하고, 동시에 금리가 오를수록 가격이 상승하는 미국 인버스채권ETF를 10~30% 투자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하이일드의 듀레이션(실질만기) 위험을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 하이일드의 이자 수익이 연 7~9% 수준이므로 요즘 같은 저성장·저금리 시대에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 채널영업본부 함정운 상무는 “이 상품은 금리 변동에 따른 채권가격의 손실을 최대한 방어하면서 안정적으로 하이일드 고유의 높은 수익을 추구하고 있다”며 “하이일드 채권은 신용도가 낮은 기업에서 발행하기 때문에 경기 회복 시 투자하는 것이 유리한 만큼 저성장·저금리 시대의 매력적인 투자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채권시장 동향을 살펴보면 지난해부터 미국 양적완화 축소(Tapering) 정책이 실시되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일드 채권은 가격이 떨어졌지만 신용스프레드는 계속 축소돼 국채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가격 하락분을 상당 부분 상쇄시켜 주었다. 올해도 미국 국채금리 정상화 과정에 따라 완만한 국채 금리 상승이 전망되고 있다. 하이일드 신용스프레드는 현재 4%(400bp) 수준으로 이미 역사적 저점(직전 25년 평균 5.92%, 592bp)보다 낮은 만큼 큰 폭의 축소를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경기 회복 상황에서 하이일드의 부도율은 2% 미만이기 때문에 앞으로 스프레드를 확대하기보다는 당분간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일드 투자 땐 국채 금리 상승에 대비한 위험 관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명수 재테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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