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심리서 오는 「금당」유형의 범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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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납치사건이 유행병처럼 잇달아 일어나고 있다. 부산시괘법동 정병주씨(28)부부 피납사건은▲율산실업 신선호씨 납치사건(1월25일) ▲조계사주지 혜법 김천일스님납치사건(1월27일) ▲효주양 두번째납치사건(4월14일) ▲골동품상 금당주인 정해석씨부부및 운전사납치살해사건(6월20일)에 이어 올들어서만도 5번째로 발생한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다.
특히 부산 정씨부부납치사건은 그 범행수법이 금당사건과 너무도 비슷해 이번 사건도 금당사건못지않게 수사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없지않다.
범인들은 정씨를 먼저 유인한뒤 부인에게 교통사고를 가장, 현금5백만원을 요구하는등 부부를 차례로 납치했다.
우선 사건전개과정이 금당사건과 동일한 각본에 따른것 임을 쉽게 짐작할 수있다. 범인들이 요구한 돈의 액수도 공교롭게도 금당사건때와 일치한다.
효주양 2차납치범의 수법도 1차범행때 매석환의 그것과 거의 일치했다.
이같은 동일유형의 납치사건이 다발하는 현상은 범행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인명도 대수롭지않게 여기는 사회일각의 풍조가 그 근저를 이루고있다고 할수있지만 그보다도 범행수법의 지능화와 더불어 모방심리의 자극이 범행유발로 나타난다는 점을 주목하기 않을 수 없다.
마치 70년대초 일본에서 김희로사건이 일어나자 곧이어 우리나라에서도 진주탈영범 인질사건(70년8월16일)·양구소라다방 인질사건(70년9월2일)을 비롯한 모방범죄가 유행했던 것처럼-.
그러나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납치사건들은 비록 범행수법이 유사하다 할지라도 대부분의 경우 범인들과 피해자사이에 어떤 연관성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마디로 이제까지 사건수사의 정석(정석)처럼 돼온 주변인물중심의 연고감(연고감)수사나 사건발생지역중심의 지리감(지리감)수사만으로는 사건해결이 어렵다는것을 뜻한다.
금당사건때도 골동품상을 중심으로한 연고감수사에 경찰이 매달리는 동안 실제범인들은 수사망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었고 수사는 장기화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번 사건도 경찰이 금당사건과 마찬가지로 용의자의 「카테고리」를 성급히 설정할경우 자칫 사건해결이 장기화될 우려가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범인들은 금당사건의 범인들보다 더욱 대담한 방법을 썼다.
그것은 사건당일 범인들이 직접 정씨집을 찾아와 정씨와 부인을 차례로 유인해냈고 차량유기장소도 바로 경찰서부근이었다는 점등이다.
때문에 범인들이 이번사건으로 얻은 돈은 고작 7만5천원에 불과하지만 정씨부부를 풀어즐경우 바로 정체가 드러날것을 우려해 극단적인 방법을 썼을 가능성도 없지않다.
사건은 벌써 8일로 5일째로 접어들었다. 경찰은 목격자와 유기차량 등에서 단서를 찾아내 과학적이고도 신속한 수사를 펴는데 최선을 다해야겠다.
범죄의 예방에는 『범인은 반드시 잡히고만다』는 실례를 정착시키는 방법뿐이기 때문이다. 【이성백·이창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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