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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의박·정신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이 마음먹은 대로 풀리지도 않고 항상 아래·위, 주위사람들에게 신경을 써야하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의 홍수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에겐 여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심신을 조절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게 「스트레스」적응 증후군으로서 다음의 3단계로 진행되며 만성피로나 현대병·문화병이라는 것들은 모두 여기서 기인한다.
①경계 반응기=일정기간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로를 느끼는 시기다. 따라서 몸이 「쉬어야겠다」는 경고를 주는 생체의 방어본능 신호다. 이 단계에선 하룻밤 숙면만 취하고 나면 곧 회복된다.
②저항기=일정기간 「스트레스」를 받은 후 과학적인 휴식을 하여 피로가 회복된 후엔 그전 보다 기분이 더 산뜻해진다. 이건 곧 우리 몸에 저항이 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에스키모」는 추위에 대해, 남양사람은 더위에 대해 저항이 더 강하다. 부신피질에서는 30여종이상의 방위「호르몬」이 분비되며 이게「스트레스」에 견뎌낼 수 있는 저항력을 길러준다. 몸을 단련한다는 것은 부신피질이 방위「호르몬」을 많이 분비시키게끔 적당한 「스트레스」를 자청해서 받는다는 뜻이다. 단련후 적당한 휴식을 취함으로써 저항력이 높아진다. 몸은 너무 편해도 방위「호르몬」이 부족해 약해진다.
③피곤기=저항기에서 과학적인 휴식을 하지 않으면 피로회복이 되지 못한 채 축적된다. 이 상태로 얼마를 지나면 제3기인 피곤기로 진행되며 이땐 짧은 휴식으로선 회복될 수 없는 만성피로 상태다. 이 단계까지 오면 신경 및 「호르몬」계통이 난조에 빠져 소위 자율신경부조 등이 온다. 그러면 내장기관의 기능도 제대로 되지 않아 여러 가지 만성피로증상이 나타난다. 사람들은 이때 온몸이 나른한 피로증상으로, 무슨 큰 병이나 생겼나하고 근심스런 얼굴로 병원을 찾아온다. 그러나 불행히(?) 종합검사결과는 모두 정상이다.
이런 때 의사는 괜찮다고 하지만 결코 건강상태는 아니다. 사실은 발병 일보 직전의 위험시기인데도 병적 소견을 발견할 수 없는 게 현대의학의 맹점이다. 이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과학적인 조치가 없는 한 곧 발병하게 된다.
첫째 무엇이 가장 큰 「스트레스」였나를 점검해야 한다. 대인관계에서 빚어지는 정신적 부담이 가장 유해한 것이므로 가정에서나 직장에서의 인간관계를 한번 조용히 분석해봐야 한다. 공해 중에 소음공해가 가장 악질적인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주위의 생활환경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며 경우에 따라선 환경을 바꾸기도 해야한다.
둘째 3일에 한번은 평상대로 일해야 한다. 피로가 계속된다고 아예 직장을 그만두고 쉬는 건 현명한 대책이 아니다.
3일에 한번은 초과근무를 피하고 평상대로만 일하며 일찍 귀가할 일이다. 주당들도 사흘에 하루는 절주나 금주해야 한다.
이것은 신체의 방위「호르믄」을 분비하는 부신피질의 활동주기가 3일이 한계이므로 그 이상의 피로를 계속하면 정말 KO되기 때문이다.
셋째 기분 좋은 휴식을 해야한다. 그냥 쉬는 게 아니고 자기가 하는 일의 반대쪽의 활동을 하는 게 과학적인 휴식이다. 정신노동엔 운동을 해야 상대적으로 피로회복이 빠르고 싫은 일을 하고 난 후엔 하고픈 일을 해야 휴식이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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