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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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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본사가 최근에 실시한 「전국생활의식」조사 가운데 재미있는 현상이 한가지 눈에 띈다. 『지금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자신의 문제』는 첫째가 「건강」, 둘째가 「교육」, 셋째가 「가족에 관한 일」.
일견, 당연한 일 같지만 이것을 사회현상의 한 맥락으로 짚어보면 새로운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자기중심주의랄까, 이른바「에고·센트릭」의 현상 같기도 하다.
『고독한 군중』의 한 저자인 「데이비드·리스먼」은 바로 그 저서에서 사회를 형성하는 인문의 성격을 세가지 유형으로 나눈 일이 있었다. 전통지향형·내부지향형·타인지향형. 오늘의 미국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은 타인지향형의 인생관을 갖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었다.
이것은 미국사회의 독특한 형식과정을 놓고 평가한 것이긴 하지만, 우리도 어느새 그런 것에 가까워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타인의 환경이나 기대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사는 인생설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인간계발이란 면에선 더없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일면에는 냉혈적인 경쟁과 적자생존의 차가운 「모럴」같은 것이 엿보이기도 한다.
건강문제만해도 그렇다. 이것은 단순히 『건전한 정신은 건전한 신체에』라는 고전적인 격언의 뜻만으로 해석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사회적 소외감으로부터 탈출하려는 심리의 일면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생활의식의 다른 한면에는 근로와 저축의 도덕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금욕적 태도를 미덕시하려는 이른바 「내부지향적인 성격」도 눈에 띈다. 우리의 사회성격은 이제 하나의 과도기에 있는 것도 같다.
다만 서구사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내부지향적인 성격의 깊이나 폭이다. 서구사회는 어쨌든 기독교적 윤리에 바탕을 두고 오늘의 산업사회를 이룩했다. 우리에겐 저교적인 가치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오늘의 사회발전을 이룩한 원동력이 되지는 못했다.
따라서 근면·절제·자유경쟁 등이 말로는 미덕시되었지만 생활의 근간으로 실천되지는 못했었다.
다행히도 우리사회의 저변에서 그런 의지와 요구가 움트고 있는 듯한 풍조는 더욱 권장되고, 격려 받아야 할 것이다.
전환기를 맞은 우리의 의식구조는 앞으로 무엇인가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토론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우리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연대의식, 그것이 아닐까. 「나」도 중요하지만 「이웃과 함께 있는 나」야말로 보람있는 존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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