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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꼬이는 SK글로벌 "그룹지원 없을땐 법정관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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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SK글로벌 채권단은 SK측이 그동안 제시한 자구노력이 미흡하다고 보고 오는 15일까지 제출할 2차 자구안에 그룹 주력 계열사의 지원을 포함한 강도높은 대책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

해외 채권단과도 첫 협상을 벌였지만 일부 외국계 은행들이 여전히 조기 상환을 요구하며 잇따라 소송을 제기하고 있어 채권단 공동관리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한편 SK㈜는 11일 증권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돼 11일 하루 동안 매매거래를 정지당했으며, SK글로벌은 14일 하루 동안 매매가 정지된다. 지난달 5일 SK글로벌의 주유소와 충전소 지분을 2천1백억여원에 사고도 이 사실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강경해진 채권단=채권단 고위관계자는 11일 "그룹 차원에서 보다 과감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SK글로벌이 스스로 살아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대책이 미흡하면 법정관리나 파산 등을 검토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자산 실사에서 SK글로벌의 부실규모가 의외로 커질 것이란 채권단 주변의 예상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SK글로벌이 그룹과 별도로 자력 갱생하는 것은 어렵다고 현실적인 판단을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부 은행에서는 "자체 분석한 결과 이미 부실화한 해외자산 등 추가 부실이 1조원 이상 더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SK측도 지난달 SK글로벌이 보유 부동산.주식 매각 등을 통해 1조5천억원을 마련한다는 1차 자구안을 발표한 데 이어 15일까지 2차 자구안을 제출키로 했지만 규모와 범위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SK글로벌은 공동관리 실시 이전에 일부 주유소를 SK㈜에 팔아놓고도 1차 자구안에 이를 포함시켜 발표한 것으로 드러나 채권단이 원상복구를 요구했지만 SK측이 이를 거부하는 등 양측간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해외채권단 설득도 과제=SK글로벌과 채권단은 지난 8일 일본 도쿄에서 첫 해외채권단 회의를 열어 채무유예를 공식 요청했다.

해외채권단은 이에 대해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을 대표로 하는 운영위를 구성, 금융자문사인 UBS워버그 등을 통해 협상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 협상에 불참한 유바프 등 일부 외국계 은행은 가압류.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잇따라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해외 금융사가 10여개를 넘어서자 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11일 SK글로벌을 상대로 한 무리한 소송이나 가압류를 자제해 달라는 진정서를 미국 뉴욕법원에 제출했다.

◆향후 일정과 전망=지난달 19일 공동관리 개시 이래 3개월간 채권 행사가 유예된 가운데 6월 18일까지 자산 실사 등을 벌여 정상화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정상화가 가능하다면 장기 채권으로 바꿔주거나 출자전환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하고, 정상화가 어려울 것으로 나타나면 법정관리나 청산 절차를 밟게 된다.

채권단은 추가 자구안에 ▶SK㈜.SK텔레콤의 신규 출자▶보유 주유소와 주식 및 두루넷 전용회선 등 자산의 계열사 매입 등의 조치가 이뤄져야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그룹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SK측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다. 계열사 지원이 이뤄져도 참여연대와 소액주주 등의 반발을 추스르는 것 역시 또하나의 과제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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