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경영하는 문인이 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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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들어 출판사를 경영하는 시인·소설가등 문인들이 부쩍 늘어났다.
문인들의 출판사 경영은 출판계가 호황이던 지난해부터 활기를 띠기 시작했는데 불황인 금년에 들어서도 10여명이 더 참여, 출판에 손을 댄 문인들의 숫자는 더욱 늘어났다.
현재 출판사를 자영하는 문인은 40여명.
이들 문인들을 분석해보면 소설가 10여명, 시인 20여명, 문학평론가 15명등으로 시인들이 약간 많은 편이다.
본사조사에 따르면 75년도의 경우 전체 문인 1천2백59명 가운데 출판에 종사(자영 또는 피고용)하는 문인은 9.5%인 1백19명이었다. 그러나 직접 경영하는 문인은 10명도 채 못되었다.
특히 이 가운데는 『창작과 비평』(당시 발행인은 평론가 백낙청씨) 『문학사상』(평론가 이어령씨의 백씨 이휘령씨) 『수필문학』(수필가 김승우씨) 『시문학』(시인 문덕수씨) 『심상』(평론가 박동규씨)등 윌간지를 발행하면서 부수적으로 단행본을 출판하는 문인들이 많이 포함돼 있었고 일반 단행본만을 내는 문인들의 출판사는 극히 미미했다.
다만 시인 김규동씨의 「한일출판사」, 시인 김계덕씨의 「계원출판사」, 수필가 윤형두씨의 「범우사」, 시인 김상옥씨의 「아자방」, 소설가 이규혜씨의 「신현실사」, 수필가 이경희씨의 「석암사」, 평론가 임중빈씨의 「인물연구소」정도가 단행본 전문출판사로 오랜역사를 지니고 있었을뿐이었다. 그것이 4년사이에 4배로 늘어난 셈이다.
출판사를 경영하는 문인들 가운데 몇몇은 다른 사업체를 갖고 있으면서 여력으로 출판을 경영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문인은 이것을 직업으로 삼고 전력투구하고 있다.
문인들이 쉽게 출판에 참여할수 있는것은 근년들어 문학작품이 전례없이 많이 팔린 데다가 자신들의 작품활동과 가장 밀접한 분야일뿐더러 또 원고확보가 비교적 손쉽기 때문인것으로 풀이되고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지금까지 문인들이 경영하는 출판사는 대체로 좋은 실적을 남기면서 경영도 안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 설립된 출판사 가운데 문학평론가 임헌영씨의 「상황사」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않는 삶』(「지·프라우제」저·곽복록역)을, 김종해씨의 「문학세계사」는 『내 영혼의숲에 내리는 별빛』(박목월) 『잠들지 않은 영혼을 위하여』(김형석) 『유치환수상집』등을, 이규호씨의 「문원사」는 『산배암』(김지연) 『한 여인에게서 얻은 시적체험』(시인22명의 공저)등을, 시인 오규원씨의 「문장사」는 『시인의 산문』 『평론가의 「에세이」』등을 발간했으며 이밖에 시인 이세룡씨가 신간을 준비하고 있어 문학전문 출판사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출판사를 경영하는 문인들은 문학에 대한 정열과 애정도 대단해 시집·평론집등 장사와는 거리가 먼 책들도 내고있다.
아뭏든 앞으로 문인들의 출판참여는 더 늘어날 전망이고 독서의 계절을 맞아 이들은 야심에 찬 명저들을 준비하고 있어 이들에 의한 양서출판에 독자들은 환영과 큰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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