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고벽화를 영구본존하자"과학처리착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문공부는 최근 전국 사암에 산재해있는 귀중한 벽화들의 영구보존을 위한 본격적인 과학처리작업에 착수했다. 문화재연구소 보존과학연구실은 지난주 벽화보존작업의 일환으로 전남무위사의 이조초기벽화 2점을 극악전 흙벽으로부터 때어냈다. 이들 벽화는 우선 뒷면의 흙을 채색된 부분 가까이 까지 제거한 후 벽화 뒤에 유리솜과「아크로이드」를 부착시켜 건물 벽으로부터 분리 보존토록 한다는 것이다.
보존과학연구실은 무위사벽화의 보존처리에 이어 전국적인 벽화실태조사와 함께 보존상태를 점검, 원상보존에 필요한 습도·온도·환기조건 등 환경이 적합치 않은 것들은 모두 때어내 과학처리를 거쳐 영구보존토록 할 계획이다.
현재 국보나 보물로 지정돼 일반에 널리 알려진 벽화들로는 영주 부석사의 조사당벽와 1점 (국보 46호), 무위사극악전벽화 5점(국보 13호), 김제 금산사 미륵전벽화 1점 (국보 62호) 등이 있다. 이밖에는 아직까지 정확한 실태조사가 없어 전체적인 벽화현황이 파악돼있지 않은 상태다.
부석사의 조사당벽화는 현재 유일한 고려벽화로 손꼽히고 있으며 무위사와 금산사벽화는 이조때의 것들이다. 그러나 부석사벽화를 제의하고는 모두가 단위 문화재로 지정돼 있지 않고 극락전·미륵전 등의 건물지정에 포함돼 있다. 벽화보존대책은 벽화의 희귀성과 높은 문화재적 가치 때문에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보존처리기술이 그동안 본궤도에 이르지 못해 손을 대지 못했었다.
문공부는 벽학보존의 철저한 연구를 위해 곧 연구원 l명을 「유럽」에 보내「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의 보존처리 기술과 약품개발에 필요한 학술을 연수하도록 할 계획이다.
보존과학연구실은 아직 벽화보존처리를 위한 일관된 최종 결론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종의 벽화보존방향은 이미 무위사벽화 등의 표본을 채취해 보내 연구 의뢰한 「이탈리아」 「톰·센터」와 미국「보스턴」박물관등의 연구결과가 나온 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가장 이상적인 원상보존을 가능한데까지 끌고가고 문제가 생길 경우만 때어낸다는 방침은 서있다.
최근 「보스턴」박물관장과「톰·센터」연구원이 내한, 무위사·부석사 등의 벽화들을 직접 들러보고 연구에 필요한 자료들을 보충, 수집해갔다.
벽화보존문제는 근본적으로 재질이 다르기 때문에 서구기술이나 약품을 그대로 우리나라 벽화보존에 적용할 수 없다는데 어려움이 있다. 우리나라는 대체로 흙벽에 암채의 물감을 사용한데 비해 구미의 벽화는 석회벽에 유화의 안료를 사용한 것들이다.
또 우리나라 벽화는 이중으로 돼있는 경우가 있어 뒤의 벽화를 손상없이 떼낼수있는 기술의 개발도 문제다. 원래 있던 벽화 위에 다시 초벌·재벌·정벌 등의 절차를 밟은 토벽을 만들고 또 벽화를 그린 이중벽화는 이번 무위사벽화를 떼어내다가 확인했다.
이같은 사실은 처음 발견된 것으로 그동안 추정은 해왔지만 실물의 확인은 없었다. 그래서 아직 이중 벽화를 분리해서 떼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 보존과학연구실은 이번 무위사벽화를 떼어내는데 크게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현재 벽화보존의 세계적 경향은 대체로 떼어내서 개선된 환경에 별도 보존하는게 통례다.
떼어낼 때는 대체로 약품처리를 해서 훼손이 없도록하고 작업이 끝난후는 다시 약품을 제거, 작품의 변질이 없도록 한다.
그리고 벽화를 떼어낼 때는 실물크기의 모사촬영과 정확한 실측 등을 해놓아 실패의 경우에 대비하는게 상식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