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박아 보육원서 원아 8명 암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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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청주】정신박약아들을 수용하고 있는 청주시 신봉동 산10 청주 보육원 (원장 유인환·53)에서 74∼75년 사이에 원생들이 두번에 걸쳐 8명이 떼죽음해 암매장한 사실이 경찰 수사로 드러났다.
청주 경찰서는 지난 10일부터 수사를 펴오다 22일 1차 수사를 끝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으나 업무상 과실 치사죄의 공소 시효 3년이 지나 보육 관계자들에 대해 입건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청주 보육원에선 74년9월 중순 한방에서 잠자던 7∼9세 가량의 원아 3명이 함께 시체로 발견돼 보육원 측이 야음을 이용해 1㎞쯤 떨어진 공동 묘지에 암매장했고 75년 2월 중순에는 함께 자던 8∼13세 가량의 원아 5명이 시체로 발견돼 같은 방법으로 암매장했다.
그러나 두번에 걸친 떼죽음에도 감독 관청에 신고조차 된 적이 없고 의사의 사망 진단도 받은 사실이 없어 정확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원장 유씨는 『도주한 원아는 있으나 죽은 아이들은 없다』고 버티다가 사실이 드러나자 전부 병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청주 고아원 (현 청주 보육원의 전신) 출신』이라고만 밝힌 한 여자가 『정부로부터 받는 양곡·의료비·피복비·간식비 등이 보육원 운영자에 의해 착복되고 있으며 원생들이 거의 10일에 1명씩 죽어가고 있다』는 제보로 수사에 나섰었다.
경찰은 74, 75년도에 숨진 8명의 암매장 사실을 밝혀낸 채 l차 수사를 끝내 유씨에 대한 업무상 과실 치사죄가 인정되나 공소 시효 3년이 지나 입건도 하지 못하고 있다.
감독 관청인 청주 시청은 물론 청주 보육원은 지금까지 수용원생들의 이름·나이·주소·수용 날짜 등을 적은 신상 「카드」도 없이 시청 직원이 나와 인원만 파악, 양곡 등 배급 조정을 해왔으며 인원이 줄어들었을 때는 도주로 보고 처리돼 왔었다.
청주 보육원은 55년 유씨가 청주 고아원을 세워 운영해오다 73년1월1일 사회 복지 재단 청주 보육원으로 보사부 허가를 얻어 정부 보조·독지가 기부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1백25명의 정신박약아들을 수용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아이들이 들어가는 것만 보았지 치유되어 나오는 것은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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