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조원 넘는 시 예산 심의 … 조례 제정권으로 땅값도 좌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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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2호 10면

“시의원이 나보다 힘이 더 세구먼.”

서울시의원 ‘권력’ 어느 정도이길래

한 서울 지역구 국회의원이 김형식 서울시의원 사건이 불거지자 지인들에게 했다는 얘기다. 김 시의원이 지역 재력가로부터 수억원을 받고 준공업지역에 호텔급 생활숙박업소를 지을 수 있도록 조례를 개정하려 한 혐의가 드러나면서 시의원의 막강한 권한이 화제다. 부동산업자들은 “시의원들이 맘먹고 조례를 통과시키면 땅값이 최소 3~4배 뛸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서울시의원은 106명(새정치민주연합 77명, 새누리당 29명)이다. 이들의 1인당 한 해 의정비(국회의원의 세비에 해당)는 6250만원(지난해 기준)이다. 19대 국회의원의 연간 세비 1억3796만원의 절반가량 액수다.

하지만 서울시의회는 연간 23조원이 넘는 시 예산의 용도를 심의·확정하는 권한이 있다. 주민 복지, 지역사회 개발 등 민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조례도 제정한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을 감시하는 행정감사도 실시할 수 있다.

이런 권한을 바탕으로 본회의에서 다양한 안건을 다룬다. 지난달 30일에는 ‘세월호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을 위한 시세(市稅) 감면안’이 통과됐다. 2010년엔 초·중학교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조례와 서울광장 사용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바꾸는 조례를 처리했다.

이런 힘을 가진 시의원들이라 자연 청탁이 몰린다는 후문이다. 서울의 한 구청 행정지원국장은 “땅 용도 변경권이 시 소관인 데다 서울시에서 예산을 받으려면 시의원에게 부탁해야 한다. 자주 시의원 간담회를 열고 협조를 간청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허가 문제와 관련해 지역 유력업자와 유착 의혹을 받는 시의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또 겸직 규제가 약해 개인 사업자를 겸하는 이가 적지 않은 것도 시의원의 특징이다.

지난해 10월 김명수 서울시의회 의장은 아파트 재건축사업과 관련해 철거업체로부터 억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본회의날 골프장에서 긴급 체포됐다. 2008년에는 김귀환 의원이 시의회 의장으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시의원 28명에게 3590만원을 뿌린 혐의로 구속됐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2012년 말까지 임기 중 비위 사실로 사법 처리된 지방의원은 1230명에 이른다. 임기 만료 후 적발사례는 제외한 수치다.

시의원의 힘이 상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천 경쟁도 거세지고 있다. 선거구별로 3~10명까지 도전하는 경우도 있다. 국회의원이 되는 관문으로 시의원을 해 보려는 이도 상당수다. 시의원은 국회의원처럼 교섭단체도 꾸리고 원내대표도 뽑는다. 시의회 홈페이지에선 의원별로 발의의안과 의정활동 회의록을 공개한다. 상임위도 도시계획관리위 등 11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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