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문학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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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치가 문학의 소재는 될수있어도 문학이 정치에 이용되는 것은 금기로 되어왔다. 정치와 문학은 그만큼 가까운거리에 있으면서도 또 그만큼 이질적이라는 얘기인데 그 까닭인지 문학을 하던 사람이 정계에 투신해서 큰 성공을 거둔 예는 많지만 그가 정치와 손을 끊고 다시 문학으로 돌아왔을때 그에게 남는 것은 문명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이력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문학에 대해서 최소한의 관심을 가진 적이 있던 모든 정치인들에게 문학은 향수와 같은 매력을 갖게 해주는 것같다. 얼마전 우리나라를 찾았던 「세네갈」의 「상고르」대통령이 우리에게 강한 느낌을 남겨 주었던 것도 그가 「시인대통령」이라기보다 「대통령인 시인」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지스카르」대통령이 국영TV방송의 문학「프로」에 출연해 문학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을 털어놓았다해서 화제가 되고있다. 대통령이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한것이 이상할 것은 없지만 「지스카르」의 경우는 그가 문학에 대해서 그만큼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한번도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쿠르」상수상작가인 「아르망·라누」,「모파상」원작의 영화 『여자의 일생』을 연출한 「알렉상드르·아스트릭」, 「모파상」의 작품을 편찬한 「루이·프스트리에」와 「엘리제」궁에서 80분간 자리를 같이한 「지스카르」대통령은 『「모파상」이야말로 가장 「프랑스」적인 소설가』라고 자신있게 단언했다고 전한다.
그가 이처럼 자신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대통령으로서의 권위에서가 아니라 남모르게 키웠던 문학에의 열정이 바탕을 이룬 것일게다.
일각에서는 이 「프로」에의 출연으로 후년의 대통령선거를 앞둔 「지스카르」의 「이미지」가 한결 신선해졌다고 보는 모양이지만 대통령이 문학을 이야기했다고 해서 색다르게 보거나 외도를 한것쯤으로 생각하는 풍토는 예술의 나라라는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되도록 오늘날의 정치인들이 문학뿐만 아니라 모든 예술분야에 폭넓은 관심을 가져 살벌한 정치풍토에 한가닥 청량제가 될 수 있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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