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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8)<남기고 싶은 이야기들>불교근세백년 -강석주|중앙학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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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총독부에서 종무원을 인가하든 안 하든 교육사업을 최우선해서 펴나가겠다는 홍포룡 스님의 뜻은 30본산 주지들의 미온적인 태도로 전혀 실현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1921년 3윌 30본산에서 연합하며 경영하는 불교중앙학림의 경영문제를 토의하기 위해 모인 본산주지 임시총회가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산회하자 중앙학림 학생들의 실망은 컸다. 김대용 김법린 신상완 등 학생대표들은 학교당국과 30본산 주지들에게 중앙학림의 전문학교 승격을 수차 건의하였다.
그러나 재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다려달라는 종무원 원장 홍포룡, 서무부장 강대련 스님의 태도 학생들은 더 참지 못하고 10월 l일을 기해 동맹휴학을 하였다.
중앙학림 학생들의 동맹휴학은 불교계에 충격을 주었으며 특히 유신회로서는 그들이 주장하는 불교계의 혁신이 하루 속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더욱 분발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유신회는 1922년1월3일의 30본산 주지회의에서 회의를 조선승려대회로 바꾸어 진행하자고 제의하였다.
이러한 제의는 유신회 회원이 직접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으며 이제는 더 이상 30본산 주지들에게 한국불교를 맡길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전국승려의 의사가 논의되는 회의로 30본산 주지회의를 개편하자는 것이었다.
유신회의 그러한 제의에 대하여 찬성하는 주지들은 통도·범어·해인·석왕·백양·위봉·봉선·송광·기림·건봉사 등 10개 본산 주지들이었으며. 이들은 『원래 30본산 연합은 사찰령에 규정된 것이 아니라 불교사업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하여 임의로 만들었다. 그러나 10년 동안 성공한 일이 하나도 없을 뿐 아니라 시대의 흐름이 변하여가므로 본산연합제도를 먼저 깨뜨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본산연합으로부터 탈퇴를 선언했다.
한편 유신회를 반대하는 측은 『탈퇴하는 편에서는 깨뜨린 후에 다른 방법으로 뭉치자 하지만 일이란 것은 말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아도 이론이 백출하여 다사다난한 이 때 연합제도를 깨뜨려 놓으면 결국은 수습할 수 없는 비참한 현상을 이루고 종래 해내려 오던 사업에도 큰 지장이 있을 것이니 모두가 분노와 불평을 참고 순전히 조선불교를 위하여 현상을 유지하고 개혁은 장래를 보아 서서히 도모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고수하였다.
이러한 본산연합의 입장은 어디까지나 본산주지회의를 최고의결기관으로 두며, 본산주지의 연합기구로 하여금 최고집행기관이 되게 하자는 저의가 있었다. 때문에 종무원이 비록 30본산연합사무소를 이어받은 형태로 발족했으나 그 사업에 협조하지 않았던 것이다.
양자의 대립은 갑론을박 끝에 회의 명칭을 「주지총회」와 「조선불교총회」의 둘 중에서 결정하기로 하고, 투표에 의해서 결정하기에 이르러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24명의 본산주지가 참석한 6일의 이 회의에서 조선불교총회라고 개칭할 것을 13대11로 결의하였다. 이리하여 유신회원 90명은 회의에 참석할 권리를 얻었으며 이 같은 결정에 반대하는 3개 본산 주지는 퇴장했다. 유신회원 90명이 합류한 회의의 임시의장을 선출할 때 박한영 스님과 위봉사 주지 곽법경 스님은 동점을 얻었는데 서로 사양하다가 끝내 두 사람이 제비를 뽑아 박한영 스님으로 결정되었다. 근래 너도나도 한자리해야겠다고 아우성인 교단의 실정에 비추어 불 때 감회가 없지 않은 일이었다.
조선불교총회는 곧 『몇몇 주지가 전제하기 때문에 일이 잘 추진되지 않았던 30본산연합제규는 폐지한다』고 결의했다. 이러한 교단의 움직임에 대해서 총독부는 여러 가지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고 곽법경 스님은 전하고 있다.
총독부로서는 본산연합제규를 철폐하고 종무원을 하겠다고 했을 때도 종무원이 사찰령에 위배된다고 이미 밝혀 전제주지를 옹호한바가 있었을 뿐 아니라 유신회원에 의한 개혁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으므로 조선불교총회를 인정하러들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총독부는 당장 강력한 집행기구 총무원을 서울에 설치해야 한다는 유신회원과 장차 제도를 개혁하더라도 지금은 새로운 사업 안부터 논의하자는 일부 본산주지와의 의견충돌로 회의가 공전하고 있을 때 즉각 개입하여 유신회원의 주장을 꺾어 버렸던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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