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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가장 문제 많은 직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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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훈범
이훈범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에서 가장 문제가 많은 직업군은 뭘까? 문제가 많은 건 몰라도, 문제의 여지가 많은 건 교수직이 아닐까 싶다. 문제를 일으킬 기회가 남들보다 많다는 얘기다.

 교수가 되기 전부터 그렇다. 특히 다른 직업군과 차이 나는 부분이다. 우선 외국 유학을 많이 가다 보니 자녀의 이중국적 문제가 생긴다. 학위 논문을 써야 하니 남들 없는 표절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간혹 교수 자리를 돈으로 사는 경우도 있다(정치인 말고 돈으로 살 수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 모르겠다).

 교수가 되면 문제를 만들 공간이 더욱 넓어진다. 논문을 베껴야 할 일은 더욱 많아진다. 남의 연구에 슬쩍 이름을 끼워 넣는 수도 있다. 제자 논문을 가로채는 경우마저 생긴다. 놀랍게도 자기 논문을 표절하는 수법도 있다. 처음부터 건더기 없던 연구실적이 재탕 삼탕 말갛게 우려 나온다.

 월급 말고 따로 얻는 연구비의 쓰임새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뭐, 광의의 연구 활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술집이나 골프장에서 쓰이기도 한다. 때론 표절과 맞물려 부당하게 연구비를 따내는 사례도 발생한다. 그런 연구비일수록 쓰임은 더욱 자유로워진다. 이런 예들이 많아서 연구윤리지침이 만들어졌다지만 효과는 글쎄요다.

 전공 분야에서는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이 틀 넘는 권위주의를 낳기도 한다. 지도 맡은 대학원생들에게는 왕처럼 군림할 수 있다. 대학원생들은 지도교수의 특강 대리강사가 되었다가 운전기사가 되기도 하고 이삿짐 일꾼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신문 칼럼까지 대신 써야 할 줄은 이번에야 알았다. 왕이 될 날 기다리며 노예는 꾹 참고 견딘다.

 고위공직 발탁 가능성이 타 직종보다 높은 것도 문제의 여지를 키우는 요건이다. 아니, 어쩌면 그것 때문에 비로소 문제가 된다. 교수로 남으면 모든 게 관행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몰라도 공직후보가 되면 그렇지 못한 까닭이다.

 그래서 더 우리의 교육부총리 후보자를 이해하기 어렵다. 꼬리를 무는 의혹에도 뚜렷한 해명도 거취 표명도 하지 않는다. 원래 다 그런 건데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불만인 건지, 대한민국 모두를 휘하 대학원생쯤으로 여기고 있는 건지 모를 일이다.

 만약 그렇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문제다.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동료 교수들을 모욕하는 짓인 까닭이다. 도둑질할 기회가 있다고 누구나 도둑질하는 건 아니다. 관행이란 도둑이 나중에 하는 변명일 뿐이란 걸 대부분 교수들이 다 알고 있는데 말이다.

이훈범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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