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원 고함소리 일곱 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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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3일 본회의장에는 상오9시55분 합동의원총회를 마친 공화당과 유정회 의원들이 먼저 입장.
김영삼총재는 상오10시께 황낙주총무 정대철의원등과 함께 회의장에 들어서 야당좌석의 맨뒤쪽 두번째즐 그의 좌석에 앉았고, 이철승전대표가 그 뒷자리 황총무좌석에 앉았다. 상오10시5분께 등단한 김총재는『나는 오늘 신민당을 대표하고 또 신민당에 지지룰 보내고 기대를 걸고 있는 모든 국민을 대표하여 우리의 절박하고 심각한 문제들에 관해 여당과 솔직한 대화률 갖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입을 열었다.
김총재는 『책임있는 야당총재로서 발언을 하려는데 대해 여당이 이러쿵 저러쿵 국회를 모독하는 발언을 하는가하면 심지어 행정부 책임자까지 입법부의 독립을 저해하는 발언을 했다』고 비판하자 여당의원석에서 첫번째 고함이 터져 나왔으나 중단없이 발언이 계속됐다.
김총재가 이어 『이효상 전공화당의장이 유신2기에 대한 신임투표라고 규정한 지난번 선거에서 국민은 신민당에 1.1%의 승리를 안겨주어 공화당에 대한 불신임을 밝혔다』고 하자 여당쪽에서 일제히 웃음소리가 터졌다.
○…준비된 연설문을 억양의 고저없이 차분히 또박또박 읽어간 김총재는『어제의 여당이 오늘의 야당이 되고 오늘의 야당이 내일의 여당이 되어도 아무런 보복정치가 없고 집권자가 정권의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국민의 존경속에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게 되기를 진실로 바란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나는 나의 어머니가 공산간첩의 총에 맞아 피살되는 비극을 몸소 겪은 사람이며 오늘 아침 집을 나올때 내방에 걸려 있는 어머니의 사진 앞에서 기도를 하고 나섰다』며『그러한 나를 용공분자로 몰고 김일성의 앞잡이로 모는 정치공세를 벌였다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자신의 대북발언에 여당측이 발끈했던 것을 비판.
○…김영삼총재의 발언도중 이종식유정회부총무는 의석을 돌아다니며 여당의원들을 독려하느라 부산했고 여당측은 김총재의 발언이 귀에 거슬릴때만 한두 사람의 선창으로 뒤따라 야유의 합성을 질렀다.
여당측의 야유가 나온 것은 ▲긴급조치의 효력에 관한 언급 ▲석유비축이 하루분도 없다는 것은 안보의 허구성을 드러낸 것이다. ▲포항에서 석유가 나온다고 하다가 안나오는데도 미안하단 말한마디 없다. ▲정부와 국민의 관계가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되어있다. ▲안보를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되어야 한다는 등의 대목. 석유비축이 없다고 김총재가 말하자 유경현의원(공화)은 『무식한소리』라고 책상을 쳤고 포항에서 석유가 안나온다는 지적에 대해 이태섭의원(공화)이 『7광구에서 나온다』고 큰소리로 응수.
김총재가 『통일을 위해 김일성과도 만나 얘기할 수도 있다는 것은 야당총재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말하자 이종식의원(유정)은 『그것이 김일성의 논리』라고 소리쳤고 김총재가 「에드워드·케네디」미상원의원의 한국인권에 관한 성명을 거론하자 여당측에는 『「케네디」 좋아하네』라고 야유.
○…김총재가 발언끝 무렵에 『조속한 시일내에 평화적으로 정권을 교체할 준비룰 하라』는등 5개항의 결단을 촉구하자 모든 여당의원들의 책장을 치며 고함을 질러 두차례나 소란이 있었고 이 혼란속에서 백두진의장도 『의제외의 발언을 삼가라』고 경고.
그러나. 10시45분까지 약40분간 계속된 김총재의 발언은 결국 7차례의 여당 야유만을 받았을뿐 무사히 끝났다.
발언이 끝난후 김총재는 야당의원 4,5명의 악수를 받으며 의석으로 돌아와 최규하국무총리의 답변을 경청했다.
발언이 끝날때까지 상체를 앞으로 기울여 김총재 발언을 주의깊게 들었던 여당의원들은 발언이 끝나자 의자에 몸을 뉘어 다리를 꼰 편안한 자세로 만면에 웃음을 띠어 「태풍」이 무사히 지나간 것을 안도하는 표정들이었다.
신민당에서는 중앙당청년당원 30여명을 국회방청석에 들여보냈고 할당받은 나머지 방청권을 종교인·재야지도자·의원 가족들에게 배부. 김총재의 부인 손명순여사·막내딸 혜숙양과 당간부 부인들도 방청.
여당은 이날 김총재의 금기발언에 효율적인 대응행동을 위해 종전에 당간부에 이어 총무단을 맨뒷줄에 배치시졌던 것을 바꿔 당간부 앞에 총무단을 내세워 명령하달이 원활케 했고 서상린·정동성·윤국노의원등 건장한 의원을 발언대 앞으로 전진시키고 그 대신 맨앞줄의 민관식 국회부의장은 뒤쪽 간부석으로 이동. 유정회도 맨앞에서 둘째줄에 있던 서영희·김옥렬등 여성의원과 몸이 불편한 이경호의원을 후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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