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보고·의전에 급급했던 해경, 국민은 안 보였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세월호 참사에서 해체 결정이 날 만큼 가장 책임이 컸던 조직은 해양경찰청이다.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2일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을 출석시켜 초기 대응의 의문점을 집중 추궁했다. 여야 의원이 공개한 해양경찰청 상황실의 유선전화 녹취록과 김 청장의 증언 등을 통해 선내 진입에는 머뭇거리면서 엉터리 보고에 열중한 기관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정부대책본부는 사고 첫날 “370명 구조”라는 엉터리 발표를 했다가 결정적으로 신뢰를 잃었다. 언론 역시 이를 받아 보도했다가 덩달아 불신을 받게 됐다. 엄청난 파문을 몰고 온 엉터리 보고의 진원지는 해경이었다. 해경 상황실은 사고 발생 4시간30분이 지난 오후 1시16분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보고하면서 “생존자 370명 확인”이라고 했다. 그 뒤 오락가락하던 해경은 1시간20분이 지난 뒤에야 “구조자가 166명”이라고 정정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측은 보고와 언론 반응에 주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큰일났다. VIP(대통령) 보고까지 끝났다. 나머지 310명은 다 배 안에 있을 가능성이 큰 거 아닌가. 브리핑이 완전 잘못됐다”고 대응했다는 것이다. 초기 혼란이 “상황보고를 맡은 직원이 사실 확인 없이 중대본에 나간 담당 과장에게 전화해주면서 벌어졌다”는 증언도 나왔다.

 사고 현장에 구조대원이 도착했는데도 대기만 한 정황도 드러났다. 119중앙상황실은 오후 1시 해양경찰청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우리 헬기가 현장에 2대 도착을 했고, 수난구조전문요원들이 다 탑승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해경은 “잠깐만 기다리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이 밖에 관련 기관들이 장관과 해경청장의 의전에 집중했던 사실도 녹취록을 통해 확인됐다.

 김석균 청장은 “과오에 대한 책임을 달게 받겠다”며 수습 후 사의를 표명했다. 정작 책임을 지는 길은 최선을 다해 남은 실종자를 찾는 일이다. 특히 ‘4월 16일’에 벌어졌던 어처구니없는 진실을 숨김없이 공개하고 그 대응책을 세워, 신설될 국가안전처로 넘겨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