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부모 ‘악어의 눈물’에 경악

미주중앙

입력

자식의 생명을 위험에 빠트리고도 피해자인 척 눈물연기를 한 부모의 학대사건이 애틀랜타 시민들의 공분을 낳고 있다.

애틀랜타저널(AJC)은 28일 폭염으로 찜통이 된 차 안에서 2세 남자아이가 질식사한 사건과 관련, 피해 아동의 아버지인 저스틴 해리스(33)와 어머니 레나(22)가 사전에 범행을 모의한 정황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저스틴은 지난 달 18일 아들 쿠퍼를 차에 태우고 출근한 뒤 캅카운티 직장 앞 주차장에 그대로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체포됐다. 한증막으로 바뀐 차 안에서 7시간동안 갇힌 쿠퍼는 퇴근길 아버지에게 발견됐으나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

가정용품 업체인 홈디포에서 IT 전문가로 일하는 그는 “아들이 차에 탄 것을 깜빡 잊었다”며 건망증이 빚어낸 사고라고 주장했으나 살인과 아동 학대 혐의로 체포됐다.

이에 해리스의 처지를 동정하는 목소리가 일었고, 인터넷에선 해리스의 석방을 요구하는 청원 사이트까지 잇따라 등장했다. 해리스가 아들의 시신을 품에 안고 통곡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면서 어느새 그는 인정사정없는 경찰에 의해 2차 피해를 당한 희생자로 바뀌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사건 당일 현장 주변 CCTV에 해리스가 근무시간에 잠시 나와 차 내부에 뭔가를 던져넣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아버지 해리스와 어머니 레나가 이용한 컴퓨터의 구글 검색창에 ‘뜨거운 차 안에 동물을 놔두면 얼마 만에 죽을까’라는 내용이 입력됐다는 사실이었다. 경찰은 아버지 해리스를 체포한데 이어, 어머니 레나를 소환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해리스는 “혹시나 아들이 같은 일을 당할까 염려돼 미리 검색해본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여론은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경찰이 살인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가운데 ‘불쌍한 아버지’의 석방을 요구하던 인터넷 청원 사이트는 잇따라 폐쇄되고 있다.

한편 해리스는 28일 앨라배마 터스칼루사에서 열린 아들의 장례식에 불참했다. 그 대신 그는 스마트폰 음성메시지를 통해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지사=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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