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유통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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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소득수준의 향상으로 우유의 소비량이 점차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것과 함께 해마다 여름철이
면 우유의 변질 또는 세균감염의 문제가 거의 연례행사처럼 거론되고 있는데도 근본적인 해결책
을 강구하지 못하고 있음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큰 유감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최근에 한국소비자보호연맹의 조사보고에 따르면 유명「메이커」에서 생산시판하고 있는
우유에서조차 엄청난량의 대장균이 검출됐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소위 7대「메이커」의 제품에서 대부분 식품위생법상 대장균 허용기준(1cc당 10군)을 3배에서
15배까지도 초과했고 심지어는 제조당일에 수거한 제품이 이미 부패해버려 대장균을 측정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하니 이번에야말로 그원인을 철저히 규명하여 적절하고 완벽한 대책이 마련되어
야 할 것이다.
이는 국민보건을 향상시킨다는 차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식품의 제조, 유통관리의 문제와 위생등 생활환경의 개선에도 직접적인 연관을 갖
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는 거의 대도시에서 필수적인 생활식품의 하나가 되어버린 우유에 이같이 대장균이 우굴거
리고 있다는 것은 그동안 한국인들이 영양대신 세균을 먹은 꼴이 아닌가.
사실 우유란 영양소가 많은 완전식품이란 말을 듣는 반면 풍부한 영양소 때문에 각종 세균으로
부터 오염될 소지가 많아 착유에서부터 가공처리, 저장, 운반, 시판까지에 이르는 전유통 과정에
철저한 위생관리를 필요로 한다.
이같은 까다로움 때문에 전 생산과정이 완전 자동화돼야함은 물론 공기로부터 세균감염을 막기
위한 장치를 할정도로 위생관리에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은 우유가공업자가 명심해야할
기본준칙에 속한다.
그런데도 우리의 현실은 낙농업에 대한 인식이나 기술수준등이 선진국에 비해 뒤진데다가 전체
적인 소비량도 적은 탓으로 대체로 영세성을 못벗어나고 있다.
외국의 경우 기계로 착유, 「파이프」로 수집한후 즉시 냉각처리 한다음 처리공장으로 수송하
는 것에 비하면 우리의 경우 이과정에서의 변질에 대해서는 거의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해도 과
언이 아닌 까닭에 더욱 철저한 위생관리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같은 전체과정을 면밀히 재점검, 추호도 변질의 소지가 없도록하는 제도적인 규제조
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관계기관에서는 물론 제조업자편에서도 품질검사등 우유의 관리문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은 인정할 수 있겠으나 현실적으로 이같은 감염유가 시판되고 있음을 볼 때 그 감염원의 추
적에 보다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우유의 살균처리방법분만 아니라 특히 소매점에서의 허술하고 비위생적인 보
관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됐으니 이를 계기로 수집과정에서부터 제조·판매과정과 빈병의 재
사용에까지 다각도로 면밀한 조사가 있어야 겠다.
현실적으로 각 소매점에서는 절전을 이유로 야간에 냉장고사용을 제한한다든지 「마진」이 높
은 음료수 판매를 위해 우유의 보관에는 소홀했는지, 공장에서 재사용되는 빈병은 완전히 살균처
리됐는지 하는데까지 세심한 배려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한여름철에 대장균의 번식률이 높다거나 우유가 원래 변질의 촉성이 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결코 이번사건이 호도될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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