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바뀔「베를린·필」「카라얀」, 은퇴 서둘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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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세계적인 지휘자 「헤르베르트·폰·카라얀」이 서서히 은퇴준비를 하고 있다.
금년으로 71세를 맞은 그는 연주「스케줄」을 극도로 제한하는가 하면 자기 재단의 재정비에
착수했으며 후계자 선정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등 「카라얀 성주」로서의 최후작업에 한창이다.
그가 전세계의 수많은「팬」들과 결별하려는 것은 물론 신체적인 노쇠현상때문. 노령에다 3년
전에 받은 척추 수술의 후유증이 건강을 극도로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난해 가을 공연도중에 졸도, 한동안 움직이지못하게 되었을 때 은퇴준비가 시작되었다는 주변
의 이야기다.
그의 은퇴준비는 우선 연주횟수의 제한에서 살필 수 있다. 금년도의 연주계획은 북경연주등 두
차례의 해외연주를 포함해 60회, 건강의 악화와 함께 지나해 가을부터는 국내외로부터의 「특별
초청」을 일체 수락치 않고있다.
여기에 「베를린」재단·「오키스트러·아카데미」·「잘츠부르크」 하기축제등 그 자신이 지
난 10년동안 키워온 3개재단의 과감한 기구개편도 그의 은퇴와 관련이 깊다.
말하자면 각재단의 운영책임자로 음악가 아닌 실업인들을 추대함으로써 「카라얀」 사후에 대
비하자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베를린·필」의 주인공으로서의 「카라얀」일지라도 「베를린·필」을 이끌 후졔자
선정에 대해선 계속 신중한 태도로 일관한다. 후계자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주빈·메타」
「클라우스·텐슈테크」, 그리고 일본인「오자와·세이지」(소택정이)등 3명의 전속 지휘자의 이
름을 올려놓고는 『그들의 역량이 해결할 문제』라면서 언제나 말끝을 흐린다.
지휘자로서의 「카라얀」의 마지막 소망은 「오스트리아」작곡가 「구스타프·말러」의 「제4
교향곡」을 연주하고 싶다는것.
「말러」의 제4교향곡이「카라얀」에 의해 연주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은 순전히 그의 건강이 해
결해줄 문제인 것 같다. 【본=이근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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