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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한 이대목동병원…오른쪽 코 아픈데 왼쪽 진료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에서 4개월 동안 좌우가 바뀐 엑스레이 필름으로 환자 수백명을 진단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 병원은 최근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에서 실시하는 국내 최초로 JCI 재인증 받았다. 여기에다 국내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실시하는 의료기관인증까지 통과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환자 안전 시스템 구축을 평가하는 인증평가제도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1일 "이대목동병원이 지난해 12월 말부터 올해 4월 말까지 578명의 코 엑스레이 필름 영상이 좌우가 바뀐 줄도 모른 채 4개월간 이들을 진단·처방했다"고 밝혔다. 엑스레이 필름이 바뀐 이유는 사소한 실수에서 시작됐다.

이화여대 목동병원에서는 이 기간동안 이빈인후과, 소아과, 내과, 가정의학과 환자의 얼굴 엑스레이를 촬영했다. 그런데 방사선사가 필름 좌우를 바꿔 병원 전산시스템에 올렸고 의료진은 이를 토대로 진단햇다. 이렇게 바뀐 필름으로 진단·치료받은 환자는 무려 578명이다. 이중에는 소아환자 93명도 포함돼 있었다.

필름이 바뀐 사실을 알게된 것도 우연이다. 지난 4월 이 병원에서 광대뼈 수술을 받은 환자가 정기검진을 위해 엑스레이 촬영을 했는데 실제 쇠가 박힌 위치와 필름 영상이 반대로 나왔다. 이후 병원은 문제를 인식하고 전수조사에 들어갔다.

논란이 된 것은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병원은 환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징계 역시 해당 엑스레이 촬영 실무진에게 시말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선에서 끝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사실상 대형 의료사고인데 이를 환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은 의료윤리 측면으로도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엑스레이 필름 영상의 좌우가 바뀌는 사건이 사전에 드러났다면 JCI 재인증을 통과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병원은 환자안전을 위해 3중, 4중의 안전점검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좌우가 바뀐 엑스레이 필름을 4개월간이나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병원의 안전점검체계가 총체적으로 부실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어 "이번 사건은 환자 진료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실제 엑스레이를 보면서 진료를 하는지 조차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난처하기는 보건복지부도 마찬가지다. 병원 과실이 확실하지만 실제 행정 처분을 내리기는 힘들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진이 과실을 저지른 후 인지하지 못했다면 이를 적용할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대신 피해가 발생했다면 의료분쟁조정제도로 배상을 받을 수 있다. 불안감이 커지자 복지부는 병원내 환자 안전기준을 평가하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을 통해 현장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사고 원인을 파악해 재발방지 가이드라인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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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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