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특강·칼럼도 제자가 대필 … 학부 수업까지 맡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5면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공동저자로 참여한 두 권의 저서에 사실상 같은 내용을 썼는데도 한국교원대 교수업적평가에서 서로 다른 두 권으로 인정받아 높은 점수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후보자의 석사과정 제자였던 현직 초등학교 교사는 “상황을 잘 아는 제자들을 기만하지 말고 논문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지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 후보자 관련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일부 교수 사회와 교육부 장관의 직접 영향을 받는 교사·학부모단체에선 “교육 수장 자격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3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유기홍(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10년 6월 『교직실무』와 2011년 2월 『중등교직실무』에 공동저자로 참여했다. 유 의원은 “두 책 도입부는 물론이고 이론적인 서술 내용과 인용된 기존 자료·표 등이 토씨와 문구까지 상당히 일치한다”며 “두 저서는 교수업적평가에서 저술 실적으로 각각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박홍근(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김 후보자가 2006년 초등학교 교장 자격연수에 강사로 참석한다는 이유로 같은 시간대의 교원대 학부 강의를 결강하고도 보강 수업을 하지 않아 교육부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2009~2010년 교원대에서 석사과정을 밟은 초등학교 교사 이희진씨는 언론에 보낸 편지에서 “지도교수였던 김 후보자의 외부 특강 원고와 신문 칼럼을 제자들이 대신 썼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교사라고 밝힌 이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가 논문 표절과 연구 실적 가로채기 등의 비판에 대해 ‘몰랐다’거나 ‘제자의 동의를 받아 문제될 게 없다’고 해명할 게 아니라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김 후보자의 학부 수업을 제자들이 나눠 맡아 학생들이 교수 얼굴조차 볼 수 없는 기간이 학기의 3분의 1을 차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 후보자의 대학원 제자 10명은 이날 자료를 내고 “교수님은 제자의 글을 언론 칼럼에 싣거나 부탁한 적이 없고 제자에게 수업을 대신 시켰다는 주장도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는 2006년 8월 제자의 논문데이터를 인용 표시 없이 사용하고 같은 논문으로 연구비를 중복 수령한 사실이 밝혀지자 취임 18일 만에 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본지와 만나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믿어달라”며 “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는 “교사 설문을 했더니 88%가 장관 후보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며 “교육부 장관은 논문 표절을 감독해야 하는데 본인이 그런 행위를 했다면 심각한 결함”이라고 했다. 최미숙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대표도 “논문 의혹이 너무 많이 나와 교육부 장관 후보로선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계에선 같은 교육학자로서 창피하다는 말까지 돈다”며 “결격사유가 된다 싶으면 거취 표명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심성보 부산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칼럼을 대필시켰다는 건 철학으로 먹고 사는 교수로서 너무 부도덕하다”며 “장관에 앞서 교수로서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윤석만·신진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