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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립 교사도 한 학교 장기근무 … 진학 노하우 쌓게 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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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일반고 살리기’는 6·4 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의 공동 공약이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를 폐지하고, 혁신학교를 확대하는 걸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선거기간 동안 “자사고를 폐지해야 일반고가 살아난다”고 강조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일반고에 5000만~1억원씩 예산을 지원해 기간제 교사를 채용하거나 학교 시설을 개선하는 데 쓰도록 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학급당 학생 수를 25명까지 줄여 일반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선 ‘자사고 폐지=일반고 살리기’가 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 2322개 고교 중 일반고 비율은 66%(1525개)다. 특성화고(21%)·특목고(6%)·자사고(2%)도 상당수다. 김종우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장(양재고 부장교사)은 “과학고·외고·영재고뿐 아니라 자사고에다 과목별 중점고까지 나뉘는데 자사고만 없앤다고 일반고가 살아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25개 자사고가 있는 서울과 달리 지방은 시·도별로 1~3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자사고를 없애도 큰 영향이 없을 거란 얘기도 나온다.

 일반고에 돈을 푸는 것에 대해선 진보교육감들 스스로도 예산 부족 문제를 절감하고 있다. 현장 교사들은 예산을 마련해 일반고에 지원하더라도 전제 조건이 필요하단 점을 강조했다. 남준희 상문고 부장교사는 “돈이 있어야 방과후 교실 기자재를 사고, 과학 실험실을 만들고, 외부 강사를 초빙할 수 있는 건 맞다”면서도 “예산을 받아도 어디에 쓸지 모르는 학교에선 오히려 귀찮아한다. 모든 학교에 나눠 주기식으로 일괄 지원하지 말고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한 일반고를 선별해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병제 대전 한밭고 교장은 “예산 사용처를 제한하지 말고 학교장 재량권을 충분히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길 인천연수고 부장교사는 “특성화고에 못 가서 일반고로 오는 성적 하위권 학생들을 위해 직업반을 만들고 외부 위탁교육도 받을 수 있는 분야에 예산을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번 교사로 임용되면 10년, 20년 이상 근무할 수 있어 자연스럽게 진학 노하우가 쌓이는 사립고와 달리 5년마다 순환해야 하는 국공립고에 대한 지원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우 회장은 “사립고처럼 일반 공립고의 진학담당 교사도 학교가 원한다면 10년, 20년까지도 한 학교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며 “진학교사 연수도 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학생부 분석이나 자기소개서 작성법 등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사 사기부터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한국교총이 스승의날을 맞아 교사 3243명의 직업 만족도를 설문했더니 72.6%가 “최근 사기가 떨어졌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성권(대진고 부장교사) 서울진학지도협의회장은 “일반고 교사들이 각자 특화할 수 있는 교과목을 개설한 뒤 가르칠 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해서 동기를 부여하고 성취감도 느끼게 해 줘야 한다” 고 강조했다.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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