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팽창」에 허둥지둥|공화당의 무리한 무소속의원 포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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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신민당에 김영삼체제가 들어서면서 원내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신민당이 기선을 잡아 무소속의원 7명을 입당시키고 친여쪽인 임호·변정일의원까지 받아
들이기로한데 충격을 받은 공화당이 7일 임·변의원을 포함, 나머지 무소속의원 전원을 입
당시키기로 결정함에 따라 원내 제3교섭단체가 될 처지에서 역전, 제1교섭단체로 뛰어오르
게 됐다.
공화당이 박준규당의장서리의 발언을 통해『무소속의원영입을 고려치않고 있다』고 공언
한지 하루 이틀만에 청탁을 불문하고 신민당에 입당하고 남은 무소속15명을 도매떼기로 영
입키로한것은「다급」하고 「당황」한 일면을 보여준것이다.
첫째는 김영삼총재가 추진하는 일련의 재야통합작업으로 야세가 크게 확장되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한계」에 부닥친것같다. 특히 신민당이 친여의원들까지 흡수해서 원내의석
의 3분의1(77석)을 확보하게되면 야당의 원내발권언이 커지게 되므로 더 이상 뺏기지 않으
려고「나머지」를 무조건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박의장서리가 신민당의 무
소속입당조치를『널뛰듯한다』고 평해놓고 이제는「그네타는 꼴」을 보인것은「아이러니
컬」하다.
둘째로 신민당 입당문제가 걸려있는 임호·변정일·박용기의원에게 빨리 문을 열어주려는
조치로 보인다.
이것은 정치신의와도 관련되는 것으로 이들이 돌아서는데「석연치 않은 작용」이 개재됐
다는 야당의 지적을 들수 있다.
임·변두의원이 신민당입당성명에 서명한지 하룻만에 한때 행방불명됐던 것은 무엇을 의
미하는가.
셋째는 이후낙전정보부장과 선거법 위반으로 재판을 받고있는 김수씨의 입당에 명분이 약
하다. 이씨는 지난번 선거에서 공천되지않은「이유」가 있을것이고 특히 최근 일본에서 이
씨관계문제가 새삼제기된 상황에서 공화당입당이 국내외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지 않은 조치
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김수씨는 정부가 선거법 위반으로 적발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의원이다.
신민당전당대회후 걷잡을 수 없는 상황변화에 휘말려 무소속의원들이 모조리 여야로 갈라
서 원내가 양극화함으로써 원내급충지가 없어지게됐다. 9대 국회중에는 정식 원내교섭단체
는 아니었지만 무소속의원들이 여야 격돌의 중재에 나서곤했으나 이제 정치문제에서「시」
와「비」가 분명해지게 됐고 따라서 충돌가능성도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야관계는 오는 7월 임시국회에서 시험대에 오르게된다.
신민당의 김영삼체제는 이철승체제때와는 무언가 다른면목을 보이려 할것이고 여당은 김
체제의 초력에서부터 제동을 걸어두려고해서마찰을 빚을것으로보인다.
벌써부터 임호·변정일두의원의 번의사태를싸고 여야가 정방, 신민당에서는이들의「번
의」에 압력이 개입됐을것이라고 주장하는 데 반해 공화당에서는 자의에 의한것이라고 받아
넘기고 있다.
아직은 신민당 당직인선이 되지않아 여야간 대화통로마저 막혀있으나 앞으로「채널」이
생긴다하더라도 신민당이 지난날처럼 「참여」나「긍정」에 바탕을 두지않는한 쉽게 타협점
을 찾기는 어려울것같다.
공화당과 유정회가 김영삼체제의 등장을 계기로 종래의「ㅊ제도전불용」방침을 완화하기
는커녕 오히려 더 경화됐다고 보아야하기 때문이다.
공화당에는 또 지역구문제가 미결로 남아있다. 지난 선거때 지역구관리가 어렵다하여 복
수공천을 일부러 피했던 공화당이, 이로 인해서 신민당에 득표율 1.1%를 졌던 뼈아픈 상처
를 안고있는 입장에서 지역구 사정을 우선 도외시하고 받아들인 고충을 짐작할만하다.
또 김진만의원은 7선으로 공화당 안에서 유일한 최고다선의원이고 4선의 최치환, 초선이
지만 관록을 무시할 수 없는 이후낙의원등 3명을 당에서 어떻게 대접해야 할것인가도 과제
다.
「민정회」의 해체로 국회상임위를 다시 편성해야하는 일이 또 생겼다. 이렇게 볼 때 여
야판도의 변화에따른 후속 과업이 적지않게 남아있다. <문창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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