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가세 정착의 요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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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시행 3년째를 맞고있는 부가가치세는 아직도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채 조세마찰의 부작용이 그치지 않고 있다.
부가세를 둘러싼 끊임없는 말썽의 근원은 역시 이 제도의 현실적합성 부족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여러 전문가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해온 바 있어 새삼 근원부터 재론할 계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만 이 제도의 조속한 정착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할것으로 판단된다.
부가세와 관련하여 지금까지 제기되어온 갖가지 문제들을 대별하면 이제도를 수용하는 현실적 여건의 문제와 이 제도를 조기에 이식하려는 조세행정의 문제로 구분될 수 있다.
전자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 새 제도의 명쾌한 논리와 합리적인 체계에 세정당국이 너무 매료당한 나머지 세정현실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과정을 생략했거나 너무 소홀히 넘긴데서 사단이 벌어졌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78년의 본격 시행과정에서 드러났던 숱한 말썽과 조세저항이 바로 이런 현실을 반증하는 자료로서 손색이 없다.
부가세의 두 번째 실수는 이런 현실과의 거리를 애써 외면하려 했던 징세행정에서 빚어졌다. 초기정착의 명분을 내세웠던 부가세 강행군은 새로운 조세체계 정착을 오로지 세수실적증대로만 파악함으로써 오히려 이 제도의 초기정착을 저지하는데 더 기여하고 말았다.
결국 적지않은 물의와 말썽을 빚은뒤에야 정부·여당의 보완작업이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부가세의 면모는 일신되지 않았으며 개선의 여지를 여전히 남기고 있다. 알려지기로는 정부에서도 제2단계 보완을 위한 준비작업이 시작되었다하니 일단은 납세자들이 기대를 걸어볼 수 있게 되었다.
제2단계 보완에서 가장 비중을 두고 검초해야할 사항은 과연 이 제도의 조속한 정착을 징세행정의 힘으로만 주도할 수 있는가를 따져보는 일이다.
행정력의 과신이 오늘의 부가세 저항과 무관하지 않음을 반성한다면 보다 완곡하고 우회적인, 그래서 시간이 더많이 걸리는 정착력안을 마련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것은 부가세의 후퇴가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정착을 위한 전진일 수 있다.
완벽한 근거과세가 현실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면 인정과세나마 되도록 객관화·과학화시키는 일이 더 시급하다. 사후심리과표의 운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역별·업종별 나아가서는 경기 국면의 차이까지 반영할 수 있게 세분화하여 납세자들과의 견해차이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함께 자료파악에 무리가 있는 대중「서비스」업이나 영세 소매업종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특례과세로 돌려주고, 복잡한 세금계산 납부절차를 면제해주는 것이 오히려 세수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특례과세 해당여부를 일정금액 기준으로만 정하는 것이 반드시 합리적인지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부가세 정착의 요체는 결국 서두르지 않는데 있음을 새삼 강조하는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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