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커진만큼 내실 뒤따라야…|대학도서관 앞다퉈 확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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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학의 심장이며 그 교육과 연구기능의 현장」인 대학도서관의 신·증축이 최근들어 부쩍 활발하다. 지난해만도 고려대를 필두로 충북대·전북대·외국어대가 새도서관의 문을 열었고 금년들어 연세대·원광대의 대규모 도서관이「캠퍼스」안에 우뚝 모습을 드러냈다. 이미 세워져있던 기존건물을 증·개축하여 도서관기능을 확장한 대학도 서강대·중앙대·공주사대(7월공사완료)등 여럿.
지난해부터 도서관신·증축「붐」이 대학가에 불자 여기에 빠질세라 서둘러 설계에 착수, 공사에 들어간 대학(홍익대·계명대)도 있고 경북대·건국대·인하대·덕성여대·서울여대등은 이미 세워진 대학도서관의 증축 규모를 검토중이다.
이들 신·증축대학도서관이 한결같이 갖고있는 특징은 적어도 3천평∼4천평규모의 대규모현대식도서관이라는 점과 대학당국이 도서관세우기에 학교의 장래를 건 듯 하다는 점이다.
이렇게 때를 같이해 경쟁하듯 도서관을 짓는 첫 번째 이유는 대학인구의 증가·대부분의 대학이 1세대(30년)의 연륜을 갖게되자 대학을 처음 세울 때 지어진 도서관 규모로는 불어난 학생과 교수들의 연구의욕을 채울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3월30일 개관한 연세대 신축중앙도서관의 경우, 대지 1천31평위에 지하1층, 지상5층, 옥탑2층의 규모로 연건평 5천3백26평, 좌석수 2천3백석인데 이대학「캠퍼스」에서 가장 큰 건물이라는 것. 이는 구도서관(건평1천6백44평, 좌석수6백84석)의 3배남짓한 규모로 이정도는 돼야 건립당시 3천9백54명보다 3배이상 불어난 1만4천5백2명의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지방대학의 경우는 최근들어 학생정원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도서관 규모의 확대가 시급해진 실정이다.
다음에 들수 있는 이유가「면학분위기조성」. 학생들이 한눈팔지 않고 학업에 전념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문교당국의 정책이 대학도서관건립으로 맞아떨어진 셈이다.
문교당국의 이같은「권장」이 대학당국으로서는 손쉽게 대학살림을 불리는 호기가 되는 것으로 판단, 학생들을 위한 최소한의 시설마련(기숙사건립·학생회관·대학촌조성등)에 앞서 도서관짓기에 몰두하게 한 것이다. 지난 4월1일 완공, 아직 개관을 하지않은 원광대도서관의 경우는 지방대학의 도서관규모로는 어울리지 않게 크다.
「캠퍼스」한가운데 지하1층, 지상6층, 옥탑2층등 8층현대식건물(연 건평 4천1백78평)로 우뚝선 이도서관은 본관강의실을 압도하고있어 오히려 위화감을 줄 정도. 지난해 3월에착공하여 1년여만에 완공 한 이건물을 짓는데 든 비용이 14억원이나 된다. 장서 수용가능량 80만권에 비해 5월현재 장서수는 14만8천권밖에 안되고 사서수도 7명정도로 건물을 모두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
다른 대학도서관도 대부분 건물짓기에만 몰두하고 실질적인 이용·봉사에는 소홀한 느낌이다.
어쨌든 이처럼 대학도서관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대학당국이 도서관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는 증거』라면서 환영하는 도서관관계자들은 앞으로 자료수집·사서요원확충과 대우보장·문헌정보교환등 도서관운영에 내실을 기할 것을 바라고 있다.
지난달25, 26일 충북대에서 모임(전국국립대학도서관장 및 사서장회의)을 가진 대학도서관관계자들이 내건「이슈」도 이같은 바람을 반영한다. 그들은 도서관내부의 문제로 사서요원의 지위를 향상해줄것과 외부의문제로 대학도서관 상호간의 자료교환을 통해 도서관비용을 줄일것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특히 대학도서관은 국내의 학술문헌정보와 고서등 희귀자료의 조사·연구·정리를 맡을 전문사서가 많이 필요함에도『사서직의 승진기회가 봉쇄되고 대우도 불실하여 봉사의 질을 높일 수 없다』고 개탄하는 박해종씨(고려대중앙도서관 정리과장)는『도서관 건물 짓기에 병행하여 사서의 이직을 막을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방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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