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비즈니스」(13)|회원제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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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별장 열쇠를 팝니다-.』
열쇠를 지닌 주인은 여럿이지만 사용시기만 조절하면 언제든지 전용별장처럼 휴가를 즐길 수 있다.
「멤버스·룸」이라는 이른바 회원제 별장이 등장한 것은 최근의 일.
혼자로서는 힘겹지만 공동투자를 하면 별장을 장만할수 있다는 것이 이 사업의 발상이다.
이제 겨우 시작단계에 불과해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이지만『당신도 별장족에 낄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다.
물론 제집한간 마련에 급급한「다수」에 비하면 일부「소수」를 겨냥한 사치산업이라는 핀잔도 나올만하지만 최근의「레저」인구 급증세를 감안할 때 조만간 신종「레저」산업으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

<열쇠얻으면 언제나 나의별장>
더구나 어딜가나 휴식이 아닌 고생길이고 보면 웨만큼 여유가 있는 사람이면 한번쯤은 별장의 꿈을 가져볼만도 하다.
10년전쯤부터 동호인들끼리 서울근교 한두군데에 주말농장을 해온 일은 있으나 본격적인 영업행위로「멤버스·룸」을 시작한 것은 중소건설업체인 동심주택 대표 김철씨(30).
연립주택으로 짭짤한 재미를 본 김씨는 부동산경기침체의 타개책으로 회원제 별장에 손을 댔다.
주말이면 시장바닥을 방불케하는 속리산 일류「호텔」의 특실요금이 2만7천원인데도 예약이 밀리고 있는 형편이니 수요는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김씨는 지난해 여름 경기도용인「컨트리·클럽」뒤편에 임야 22만평을 사들여 13평형짜리 25채의「방갈로」를 짓고 50명의 「멤버스·룸」회원을 모집했다.
회비 2백만원을 내면 별장 1채에 2명꼴로 열쇠를 받게되고 회사가 망하지 않는한 영구히 사용할수 있다는 조건이있다.
「가스·레인지」등 간단한 취사용구가 갖추어져 있어 3일전에 예약만 하면 가족들과 몸만가면 조용한 휴가를 즐길수 있다.
「멤버스·룸」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광고에 처음에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김씨는 회사로 찾아오는 고객들을「마이크로버스」를 동원, 일일이 별장단지를 견학시키면서 사업내용을 설명한 끝에 5월초 성공적으로 회원모집을 끝냈다.

<수영장등 부대시설 무료이용>
자신을 얻은 김씨는 충남온장의 염티낚시터 근처에 농지개량조합 소유의 25만평을 임대하고 유원지 근처의 기존 숙박시설 15채를 인수, 개조해 현재 30명의 회원을 모집중이다.
회원이 되면 별장단지안에 마련된「테니스·코트」·수영장등 일체의 부대시설이 무료로 제공되며 준회원인 가족들은 실비정도를 내고 사용할수 있다.
『어차피 당분간은 손해를 각오」라는 김씨는 전국의 명소에「멤버스·룸」단지를 마련, 회원권 1장이면 어느곳에서든지 통용될수 있도록할 방침이라고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털어놓는다.
서독의 경우 중세기때부터 내려오는 고성을 보수해 상류사회 동호인들끼리 번갈아가며 휴가를 즐겼던 것이 회원제별장의시초.
우리나라의 경우는 소설가 정비석씨가 10여년전 문인들의 공동투자로 경기도수원근처에서 채소를 심고 직접 가꾸면서부터 주말농장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경기농장의 대표 이덕하씨(54)도 69년 여름에 마음맞는 친구들끼리 용인군에 5만평(평당5백원)을 사들여 1인당 3백평씩 나눠가졌다.
주말이면「아스팔트」를 벗어나 삽과 호미를 들고 배추·「토마토」등을 직접 심고 가꾸었고 여기서 나오는 채소로 김장을 담그기도 했다.

<동해안「방갈로」동당5백만원>
『취미로 사업을한다』는 이씨는 다시 강원도명주군 해변가에 21동의「슬레이트·방갈로」를 짓고 기존회원을 중심으로 회원을 모집, 1채당 5백만원에 분양을 하고 있다.
돈이 부족한 사람은 3∼4명씩 공동으로 소유등기를 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멤버스·호텔」이라는 간판을 걸고 주로 도심지에 자리잡고있는 회원제「호텔」이 성업중이다.
77년9월 동경의 중심지인「아까사까」에서 처음 선을 보인 「멤버스·호텔」은 문을 열기가 무섭게 객실 1백24개에 8백구좌의 「멤버십」이 동이 났다.
인구 1천만명이 넘는 국제도시인지라「호텔」값이 엄청날 뿐아니라 그나마 방구하기 조차 힘든 동경시민들에게는 적절한「서비스」사업이었다.
이용객들은 주로 동경출장이 잦은 지방의 중소기업경영자나 동경의「비즈니스맨」들이 압도적.

<법인체가 회원에 가입할수도>
특히 대기업의 경우 부·과장급들은 한달에 5일정도는 회사일로 야근을 해야되는데 출퇴근길이 보통 1∼2시간 걸리니까「멤버스·호텔」을 이용하면 2∼4시간을 절약할수있게 된다.
이런 점에서 회사단위로 사원에대한「서비스」를 위해 법인으로「멤버스·호텔」에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
1구좌당 3백만「엔」정도에 5년동안 분할상환할수 있어 비교적 값도 싼편.
또「멤버십」은 토지·건물의 분양형식을 취해 자유롭게 매매가 가능하고「멤버」가 원하면 일저이간후「호텔」측이 다시 사주기도 한다.
사용방법은 3일전까지 예약을 받으며 정회원을 포함해서 평일은 2명까지, 주말은 4명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이같은 도심지「멤버스·호텔」은 없지만 이와 유사한 요소가 급격히 늘고 있어 가까운 미래에 신종「비즈니스」로 생겨날 가능성이 크다. <이봉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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