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미술 제2회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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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민전은 무엇이 새로운 것인가. 지난해 처음 중앙미술대전을 개막하면서 한국미술계에 새로운 민전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예고하였거니와 금년 제2회전을 열면서 민전의 보람과 긍지는 한결 부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의 한국 미술계에 싹튼 새로운 움직임의 조짐은 부인할 수 없을 것같다. 그 움직임이 무엇이라 꼭짚어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침체와 방황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꿈틀거림과 열의만은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분명히 터져나오는 보물과 같은 줄기찬 흐름이다.
오래 괴어 있을수록 그것은 더러워지고 썩은 물이 될 수 밖에 없지만 일단 물길을 터서 쏟아질 적에는 노도로 변모, 새로운 개화기를 기약하게된다.
미술계 특히 동양화단의 경우만하더라도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미술계의 어느 분야보다도 낡은 답습에 얽매여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현대동양화는 평단의 과녁이 되다시피 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중앙미술대전의 심사평을 듣건대, 한국적 산수화의 정착에 진일보라 할만한, 때묻지 않은 표현을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또 숨은 신인들이 의욕을 가지고 제 역량을 발휘하려는 열의를 뚜렷이 살필 수 있다고 한다. 모든 공모작품이 한결같이 그러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부분적으로 그런 쾌작들이 엿보인다면 이는 반가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또 조각에 있어서도 일시적인 실험작업으로서가 아니라, 영구성 있는 재료를 택해 다루고 있다든가 그 작품수준에 있어 높은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칭찬이 자자하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 미술계는 몇가지「패턴」으로 유형화된 느낌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는 종합평가다.
이른바 상타는 작품 경향에 지나치게 민감함을 보인 예라든가, 혹은 시중의 인기있는 작가를 추종하는 예가 그런 유형에 포함된다.
이것이야말로 신인으로선 용납안되는 안이한 태도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민전시대가 열렸다고해서 일조일석에 준재와 대가가 출현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단숨에 커서 반짝하는 신인은 그 전도를 기약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얇은 재치나 일시적 선풍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은 그만큼 빨리 바닥을 드러내보이는게 항례다.
반면에 훌륭한 작가적 역량은 꾸준하고 성실한 자세와 끈질기고 피나는 노력으로 비로소 형성되는 것임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점 중앙미술대전의 상은 그를 당장 빛내주려는 의도에서 제정된 것이 아니다. 종래의 비근한 상제도처럼 성급하게 사회적 등용문구실을 한다든가 작가의 보장된 견부인양 여기는 것을 배격하고 있다.
따라서 이 상은 누가 더 성실과 노력으로 자기탐구의 자세를 보여주고 있는가 가려보기 위한 것이며, 그래서 그들의 의욕을 붇돋워 이끌어 주자는데 목표가 있다.
민전은 이제 출발단계이므로 미흡한점, 보완해야될 점이 적잖을줄 안다. 그러나 기본 목표만 뚜렷하다면 운영상의 기술적인 문제들은 쉽게 개선될줄 알며, 이런 정지작업과정을 통해 그 한회 한회가 커다란 디딤돌이되어 현대미술의 큰 흐름속에서 획기적인 성장의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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