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고소 접수 2개월|모두 8천5백 여건 처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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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검찰의 구두고소·고발 접수 실이 전국 9개 지방검찰청과 36개 지청에 설치된 지 2개월.
지금까지 고소나 고발은 서류(고발장 또는 고소장)로만 접수됐으나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구두로 직접 신고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함으로써 ▲주민들이 고소장·고발장을 작성하는 어려움과 시간을 절약하고 ▲대서소에 맡겼을 때 드는 비용(보통 1건에 1만∼2만원)을 절약하자는 것이 이 제도의 목적.
이 같은 직소 제도가 시행되면서 지금까지 각 접수 실에 신고된 사건은 모두 8천5백여 건.
이 가운데 대부분은『외상값을 받게 해 달라』『돈을 빌려 가고 안 갚는다』는 등 민사사건이었고 형사입건 할 수 있었던 것은 10%정도에 불과했다.
따라서 검찰은 민사사건의 경우 법률구조 해당사건은 법률구조 협회로 넘기고 나머지는 법률상담을 해주었다.
서울지검 영등포지청에 찾아온 강정순씨(27·여·서울 이문동 174)가 대표적인「케이스」.강씨는 13세 때인 65년부터 안 모씨(45·서울 노량진동)집에서『시집 보내 준다』는 조건으로 77년 8월까지 12년 동안 가정부로 일했었다.
그러나 강씨가 나이가 차도록 시집을 보내 주지 않아『약속을 지켜 달라』고 요구하자 안씨 가족들은 오히려 손찌검까지 한 뒤 내쫓았다.
안씨 가족들은『언제 시집 보내 준다고 했느냐. 증거를 대라』면서『그 동안 밥 먹이고 입히고 재워 준 것만도 고맙게 알라』고 오히려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이와 유사한 사건은 광주지점에도 접수됐다. 74세인 고 모씨(광주시 학동)는 68년 8월부터 78년 12월까지 10년 동안 김 모씨(28·광주시 월산동)집에서 가정부로 일했으나 월급을 한푼도 못 받고 쫓겨났다.
고씨는 지난해 밀린 노임 50만원을 요구했으나『늙어 일도 못하면서 무슨 돈 타령이냐』면서 오히려 내 쫓겼다. 이들 두 사건은 법률구조 협회로 넘겨져 소송이 진행 중이다.
서울지검에 접수된 김상배씨(53·서울 남가좌동 237)의 고소는 진료를 거부한 악덕 의사를 처벌해 달라는 내용.
김씨는 지난 3월17일 사경을 헤매는 2남 예희 군(19)을 들쳐업고 서울 J병원을 찾아갔으나 병원 측이 3일 동안 대기실에 방치하는 바람에 21일 예희 군이 사망했다.
당시 병원 측은 즉각 입원수속을 밟으라고 요구하면서 3일 동안 겨우「링게르」2병만 주사해 주었다.
김씨는 입원보증금 10만원을 마련치 못해 안절부절 하면서『먼저 아들부터 입원시켜 치료해 달라』고 사정했으나 병원 측은 끝내 입원치료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현재 이 사건은 정식으로 입건돼 검사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택시」운전사 김택근씨(28)의 구두고소는 직권남용 경찰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
김씨는 지난 9일 하오8시 친구 이 모씨(26)가 서울 중부경찰서 모 파출소에 연행되자 파출소에 찾아가『친구를 잘 봐 달라』고 부탁했다가 오히려 봉변을 했다.
이 파출소 순경 3명은 사정하는 김씨를 무례하다고 때려 전치 1주의 상처를 입힌 뒤『차 잡이를 했다』고 조서를 꾸며 김씨를 즉심에 넘겨 구류 6일의 처벌을 받게 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수사중이다.
영등포지청에 접수된 임형택씨(63·수원시 성자동 536)의 경우는 교통사고를 입고 차주가 치료비를 물어주지 않아 병원에 인질로 잡혀 있다는 내용.
서울지검에 접수된 배용호씨(미국「버지니아」주 거주)는 국제전화로 신고된「케이스」.
배씨는 지난해 봄 미국에 이민가면서 이삿짐을 서울 남대문로5가 N통상에 탁송을 의뢰했으나 아직까지 미국에 도착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
배씨는 미국에서 한국신문을 보고 구두 고소·고발 접수실 제도가 시행된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이제 2개월이 지난 이 제도는 일손부족·신고건수 감소 등 문제를 안고 있다.
전국 각급 검찰청 가운데 서울지검과 부산지검만이 전담검사를 1명씩 두고 있을 뿐 다른 검찰청은 전담검사가 없다.
또 접수된 사건도 즉석에서 처리되는 것이 아니고 검사에게 배당, 조사하여 처리하기 때문에 신속성이라는 면에서는 종전과 별차가 없다는 것도 지적되고 있다. 고소·고발접수실의 효과적인 운용을 위해 검찰이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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