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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시의원이 사람을 죽이라고 청부했다니 …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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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또 믿을 수 없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3월 일어난 ‘강서구 60대 재력가 살인사건’의 배후로 현직 서울시의원을 체포했다는 경찰의 발표가 그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 6·4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에 재선된 김형식 의원은 빚 5억여원을 갚으라고 독촉하는 송모씨를 살해해 달라고 친구인 팽모씨에게 청부한 혐의로 체포됐다는 것이다.

 이 살인사건은 발생 당시부터 단순 금품을 노린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원한 등에 의한 계획적 살인에 무게를 두고 수사가 진행됐었다. 경찰은 사건 당일 사무실 폐쇄회로TV에 찍힌 범인의 인상착의와 택시 GPS 추적 등을 통해 사건 2주 만에 팽씨를 범인으로 특정했다. 그러나 팽씨는 사건 사흘 만에 중국 선양(瀋陽)으로 도피했고, 이에 경찰은 중국 공안과 공조해 중국에서 팽씨를 체포했다.

 김 의원의 살인교사 혐의는 팽씨의 진술에 의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팽씨가 자신에게 진 빚 7000여만원을 탕감해주는 조건으로 살인을 교사했다. 또 팽씨는 중국 공안에 체포된 이후 김 의원과 통화에서 ‘네가 오면 내가 죽는다. 거기서 죽든지 탈옥하든지 해라’고 다그치는 데 배신감을 느껴 사건 일체를 자백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 보좌관에서 출발해 시의원으로 활동한 전형적인 정치전문가다. 그런 정치전문가가 자신이 출마한 지역(강서구)의 재력가에게서 지난 지방선거 당시인 2010년부터 이듬해까지 5억원대의 돈을 주저 없이 빌렸다는 것도 부적절한 처신이다. 여기에 더해 그는 빚독촉을 받고 살인을 청부하고, 살인교사범에게 꼬리를 자르기 위해 죽으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김 의원은 범행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김 의원 주장대로 이 사건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정치전문가의 인성과 도덕성이 이토록 파괴적이고 파렴치하다는 사실은 국민 정서를 심각하게 해치고, 정치인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가중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시의원과 지역 재력가의 부적절한 금전거래부터 범행까지 모든 비리가 낱낱이 드러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