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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일본에 빼앗긴 맛 '7월의 하모' 먹으러 갑시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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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어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하모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하모(はも)’는 일본어입니다. 갯장어라는 우리말이 있지만, 남해안에서는 하모로 통합니다. 전라도에서는 참장어, 경상도에서는 바닷장어라고 합니다. 하모는 영호남 구분 없이 쓰입니다.

갯장어를 하모라 부르는 건, 일본인이 워낙 갯장어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국내 최대 갯장어 산지가 전남 고흥인데, 한때는 갯장어가 잡히는 족족 일본으로 팔려 나갔다고 합니다. 지금도 국내 갯장어의 70% 이상이 일본으로 수출된다고 합니다. 하모라는 이름은, 갯장어가 아무것이나 잘 문다고 해서 ‘물다’라는 뜻의 일본어 ‘하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갯장어는 뱀장어의 한 종류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장어구이의 장어는 흔히 민물 장어라 불리는 뱀장어입니다. ‘꼼장어(곰장어)’로 알고 있는 먹장어, 아나고(あなご)라는 일본어가 더 편한 붕장어 하고도 다른 종류의 물고기입니다. 갯장어가 붕장어보다 훨씬 비싸, 붕장어를 갯장어로 속여 팔기도 합니다.

갯장어는 5월부터 11월까지 남해 바다에서 잡힙니다. 그러나 일본은 7월의 갯장어를 최고로 칩니다. 8월 이후에 잡히는 갯장어는 기름이 너무 많아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는 8월 이후에 나는 갯장어도 잘 먹는다지만, 아마도 그건 우리가 기름기를 좋아해서라기보다 8월 이전의 갯장어를 좀처럼 맛보지 못했기 때문일 겁니다. 앞서 적었듯이 갯장어는 오래전부터 일본 수출품이었기 때문입니다.

7월에는 하모를 먹으러 갑시다. 일본식 전골인 유비키(湯引)보다 잔가시 씹히는 하모 회로 먹읍시다. 7월의 하모는 일본에 빼앗긴 우리의 맛입니다.

손민호 기자 [사진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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