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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져누운 「곰」을 살리자-서울 북부 서원들, 권종화 경장 돕기 운동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도망치는 범인을 쫓아 시속 60㎞로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 내리다 중상을 입은 동료를 살려내자는 경찰관들의 동료애가 뜨겁게 일고있다.
병상의 경관은 서울 북부경찰서 형사계 권종화 경장(46·서울 창동 602의5).
권 경장은 75년 10월2일 특수 절도혐의로 수배중 전남 보성에서 검거된 이종운(당시 27세)을 서울로 압송하던 길이었다.
권 경장과 범인 이가 탄 열차가 전북 정읍군 입암면 천원리앞「터널」속을 통과할 무렵 범인 이는 화장실에 가는체 하면서 갑자기 열차 밖으로 몸을 날렸다.
순간 권 경장은 『법인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일념으로 그의 뒤를 따라 뛰어 내렸다.
당시 열차속력은 시속60㎞. 권 경장은 어둠 속에서 급히 뛰어내린 때문에 「터널」안 벽에 허리를 부딪쳐 척추 탈골의 중상을 입고 의식을 잃은채 발견되었고 법인은 자취를 감추었다.
온몸이 만신창이가 된 권 경장은 전남대 부속 병원에서 응급치료를 받고 의식을 회복한 뒤 서울 고대 부속병원으로 옮겨 5개월 동안 투병생활을 했다.
그가 소속해있는 북부서 형사계 동료들은 매일 순서를 정해 병실을 방문했고 호주머니를 털어 권 경장의 가족을 도왔다. 또 이들은 자기들끼리 조를 편성, 이 「우직한 곰」을 병석에 눕게 한 범인검거에 나섰다.
결국 권 경장의 입원기간 동안 동료형사들의 끈질긴 추적 끝에 범인은 붙잡혔다.
그러나 권 경장은 사건현장을 뛰던 습성 때문에 병상생활이 지루하고 답답했다.
권 경장은 『좀더 요양을 해야 한다』는 의사의 권유를 뿌리치고 퇴원, 형사계에 복귀하여 통원치료를 계속하며 근무에 충실했다.
입원5개월 동안의 치료비는 공상으로 처리돼 부담을 덜었으나 통원치료비 때문에 생계에 압박을 받아야 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월초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병이 재발돼 고대 부속병원 중환자 실에 다시 입원했다.
투병생활 동안 뒤진 근무실적을 만회하고 그 동안 동료들이 보내준 성의에 보답한다고 거의 매일 야근을 자청, 도범 검거 등 잠복근무를 무리하게 한 것이 재 입원의 원인이 되었다.
권 경장의 재입원 소식이 전해지자 권복경 서장을 비롯, 북부서원들은 모금 운동을 펴 1차로 10만원을 모아 가족들에게 전달했다. 전세 80만원의 단간 방에서 부인과 1남2녀(중1년·국교2명)등 5식구가 근근히 생활해온 권 경장에게 엄청난 치료비는 감당하기 힘든 실정이다.
권 경장은 조선대 법학과 3년을 중퇴한 뒤 군 복무를 마치고 63년1월 경찰에 투신, 69년2월 서울북부경찰서 창설 당시부터 줄곧 형사계에 근무하면서 18회에 걸쳐 각종 표창을 받았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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