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고도를 재현한다-전주의 한옥 보존 사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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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호남의 관문인 전주시가 옛 모습을 되찾고 있다.
후백제의 왕도, 이조 왕가의 발상지인 전주는 지금도 곳곳에 문화재와 고적이 즐비하다.
현대화의 물결에 밀려 자칫 버리기 쉬운 옛것을 지키려는 안간힘이 이조문화권 개발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건물 못 세워>
전주시가 76년부터 추진중인 이조문화권 개발사업은 풍남·교동 일대의 한옥을 보존하고 고도의 상징인 풍남문(보물 308호·전주시 전동1가 83의4)주변을 정화하는 것이다. 또 전주팔경의 하나인 한벽루 주변을 개발하고 이조를 창업한 태조 이성계의 영정을 모신 경기전 터에 중앙공원을 조성하며 한옥군 복판의 동산에 자리잡은 오목대를 정비하고 흔적뿐인 남고산성을 옛모습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다.
이들 사업중 맨 처음으로 착수된 것이 한옥군 보존사업.
전주시는 77년 4윌18일 풍남·교동 일대 2만8천8백평방m를 도시계획법상 한옥보존지구로 지정고시하고 한옥 아닌 일반 주택이나「빌딩」을 세우지 못하도록 했다. 이곳에 들어선 한옥은 모두 8백24채.
「일자」형의 팔작(추녀를 네 귀마다 단것)지붕 2백69채를 비롯, 우진각 지붕48채, 맞배 지붕70채, 혼합형 2백84채, 기타 1백53채 등이며 주거용이 90·4%인 7백54채다.
전주지방의 한옥은 일자형 팔작지붕의 유연한 곡선으로 이어져 서울이나·안동 지방의「ㄱ」「ㄷ」 「ㅁ」형의 맞배 지붕과 대조적이다.
이같은 기와집들도 「시멘트·블록」으로 쌓은 멋없는 담장, 어지럽게 나붙은 간판, 산등성이를 메운 무허가 불량 주택, 붉은색 양기와 집에 밀려 점차 옛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이같이 한옥의 정취를 훼손하는 나쁜 환경을 정화키 위해 전주시는 이일대를 한옥 보존지구로 정하고 한옥 본채를 비롯, 부속건물 대문·담장까지도 옛 기와집 설계로 짓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앞으로 시 예산과 주민부담으로 주요 도로, 담장, 대문, 건물 벽체 등을 이조 때 기와집형으로 바꿀 계획이다.

<벽체도 고유 무늬로>
도로는 색깔 있는 벽돌과 화강암 등으로 한국고유의 연속무늬를 나타내고 담장은 호박돌로 단장한다.
주요 도로변의 대문22개를 순수 이조때 설계로 바꾸어 달고 도로변에 노출된 건물벽체는 이조고유의 무늬를 넣어 도색 한다.
또 가로등이나 조명등도 홍등이나 초롱으로 바꿔 옛 멋을 살릴 계획.

<2백여년을 방치>
그러나 이 같은 사업계획도 예산의 뒷받침이 없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고 서예가 송성용씨(66·전주시 교동2가 196)는 안스러워 한다. 20여년 동안 풍남동에 살아온 김영문씨 (52)는 이 일대가 한옥보존지구로 묶이면서 땅값과 집 값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며 하루빨리 보존사업을 마무리 짓기를 바랐다.
한옥보존사업과 함께 추진되고있는 이조 문화권 개발사업은 전주 4대문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풍남문 복원사업이다.
풍남문은 고려말 전라도 관찰사 최유경이 세웠다가 몇 차례 전란에 불탄 것을 이조 영조43년(1767년)관찰사 홍악인이 중건한 것으로 2백여년 동안 제대로 손질을 안해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전주시는 문루의 해체복원과 주변 정비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12월 국비 1억원과 시비5천만원으로 우선 문루 보수에 들어갔다. 현재 공정은 60%.
내년까지 끝낼 풍남문 정화사업은 문루복원 외에 반경 50m안의 상가 77채를 철거, 9백96평의 사적광장을 조성한다.

<81년에는 마무리>
복원되는 남고산성은 효종 때의 중진영, 숙종때의 완주 위봉산성과 함께 전주삼진의 하나다.
이미 「마스터·플랜」이 짜여진 남고산성 복원은 자연석 성곽 쌓기, 남고사중수·광장조성·흥예문 수축 등으로 오는 8l년까지 끝낸다.
이밖에 경기전과 시립 박물관을 중심으로 중앙공원을 조성하고 오목대를 개발하여 한벽루 주변 정비사업을 연차적으로 추진한다. 【이현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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