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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교육이념을 전통사상서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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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최근들어 돈육학계에서는 우리 선인들의 교육사상 속에서 우리가 지향해야할 오육리념및 방법을 찾아내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같은 노력은 해방이후 서구이론의 이식·모방에만 급급해왔던 교육학계가 과외열풍, 재수생문제, 콩나물 교실등 교육현장의 비리·모순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다. 또 60년대말이후 전개되어온 「국적있는구육」운동이 알맹이 없이 구호화하거나 특수상황의 강조에만 그쳐 현실과 괴리되고 있는 실정을 투영하고 있다.
교육학계의 이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학회는 한국교육학회·한국교육사연구회·한국오육사교육철학회등으로 젊은 학자들의 활동이 특히 활발하다.
19일 속국대윌례발표회에는 박선영교수(동국대)가 『반계 유형원의 교육사상』을, 이보다 앞선 12일에는 이창국씨(서울대대학원)가 『연암 박지원의 문학에 나타난 교육적인간상』을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이는 정정목(영남대) 금인회(이화여대) 이문원교수(중앙대)들이 중심이 돼 76년이후 한국교육원리를 찾자는데서 꾸준히 벌여온「고전읽기운동」이 그성과를 나타내기 시작했다는 특별한 의미도 있었다.
박교수는 반계의 교육제도론을 역사학자와는 다른 시각에서 재조명했다.
반계가 한국교육사상에서 특히 탁월했던 점은 ▲단선형 학제를 통해 교육의 기회균등을 보강하고 전국적으로 교육체제를 일원학하려 했다는것과 ▲교육의 개혁은 사회고용체제의 개혁과 표리일체를 이루어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수 있다고 본 점에 두었다.
임난이후 국토가 황폐화되고 사회적 기강이 해이해져 제제도가 극도로 문란했던 조국의 현실을 바로잡기위한 방법의 하나로 반계가 든것이 교육개혁론. 그는 먼저 기간학제로서 방파 향을 학구로하는 반관우민의 초등교육 기관으로서의 상(상)→사학·읍학의 전기중등교육기관→중학·영학의 후기중등교육기관→태학의 고등교육기관으로 이루어진 단선형, 4단계학제를 구상했다. 이기간 학제속의 학교들은 양사선지(선비를 길러내고 우수한 관리를 선발함)에 목적을 두고 「사서」「육경」「근사녹」중심의 강독이 주된 교육내용을 이룬다.
상급학교 진학의 절차는 평소의 학행과 재덕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론을 기초로 교관과 그 지역의 행정책임자가 추천하는 방식을 취하며, 국가의 관직도 결국 이러한 기간학제의 연장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 따라서 「공거제」(추천제도)는 인재등용의 면과 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있어 이론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불합리했던 당시의 과거제도를 극복키 위한 개혁안이었다고 박교수는 주장한다.
이같은 반환의 교육제도 구상은 이율곡에게서 크게 영향받았으나 당시 현실에 비추어 구체적인 제도로 조직하고 체계화한점에서 율곡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그가 구상한 학제가 오늘날의 시점에서는 ▲각급학교의 교과에 변화가 없다. ▲기술교육인 잡학을 기본교육에서 떼어내는분리원칙을 지키고 있다는점에서 현대적 의미에서의 단선형은 아니라는 한계를 갖는다.
교육내용 또한 유교적 패쇄성을 탈피하지 못하여 교직의 전문적 독자성이 인정되고 있지않다는등 문제점을 갖고 있다.
이에대해 박교수는 『인간은 시대적 제약으로부터 완전히 독립적일수 없다』면서 반계는 당시의 조국현실을 직시, 시대적 고뇌와 맞서 학문적으로 대결을 감행하여 실학이라는 새로운 학풍의 장을 엶으로써『한국학문사장 일대전환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그의 이같은 실학사상은 개화사상을 거쳐 1880년대말과 1900년대초의 교육근대화운동과 사상적으로 맥이 연결돼 한국교육사상사에있어서도 높은 위치를차지한다는것이다.
소장 교육학자들이 이처럼 독자적인 관점에서 고전을 읽고 선인의 사상을 재평가하려는 노력에 대해 손인수교수(서울산업대)는 『현대교육이념을 우리의 전통사장에서 끄집어 내려는 주체적시도』라면서 그러나 『우리조상의 것은 모두 옳다』는 식의「쇼비니즘」을 경계, 『장차 미래사회에 적응하는 교육이념을 찾아야할 것』이라고내다봤다.<방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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