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과 한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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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귀사· 세종대왕· 이상적· 교수·산군· 수상기.
어느 대학교수가 소개하는 한자단어들이다. 물론 신어는 아니고, 편자나 시험답안중에서 발견한 학생들의 한자실력이다.
이중에는 착오도 있겠지만, 국어교육의 한 단면을 엿보는 것
같다.
상용한자 1천8백자. 하루에 고작 3자씩만 익혀도 6백일이면 끝날 일이다. 그까짓 노력에 인색해 총사를「귀사」로 부르게퇸 현실은 누구의 책임일까.
국어교육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벌써 30여년을 두고 흑과 백의 시비를 거듭하고 있지만 오늘의 세대는 여전히 국어의 미아가 되었다.국민교생이 영어과외까지 하는 현실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한글전용」이든, 한자혼용이든, 국어교육에 관한 기본은 우리말의 60%이상이 한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벗어날 수는 없다. 서구어 속에 「그리스어나 「라틴」가 섞여 있다는 것과는 그 구조에 있어서 사뭇 형펀이 다르다.
또한 「비약적 발전」을 「비요적발전」으로 읽는 것은 우선 언어생활의 단절을 가져온다. 게다가 「동음이자」의 혼란, 더구나 뜻마저 다른 것엔 달리 방법이 없다. 한자를 터득하지 않고는 그런 문제를 극복할 수 없는 것이다.
「세종대왕」아닌 세종대왕의 탄신일을 맞아 어문관계의 학술단체에서 한우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새삼 뜻있는 일이다.『한자를 쓰자』는 주장도 아니고, 『교육하자』는 주장은 시비의 여지가 없을것 같다.한자를 사용하는 문제는 그 다음 일이다.
외국어가 아닌 국어의 엄연한 한부분인 한자를 교육과정에서 조차 기피하거나 게을리 하는 것은 도무지 타당성이 없다. 외국어를 제l·제2로 나누어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교육」 하는 현실과 비교하면 오히려 오늘의 한자교육은 부끄러운 경지에 있다.
어떤용어를 기억하는데 기령「진흥왕순수비」와「진홍왕순수비」사이에는그 밀도에 있어서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 용어를 달리 우리의 일상어로 바꾸기전엔 한자로 기억하는 편이 훨씬 합당하다. 인명·지명이 한자로표기되 어있는 현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국민교과정에서부터 고교까지 상용한자 1천8백자 정보를 『교육하자』는 주장은 무리도 억지도 아니다.
이제 「성년한국」이 되었으면 국어교육쯤은 정상궤도위에 있어야하지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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