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평양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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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지난 5월1일 영국의 데일리·메일지는 『평양시내가 낮에도 밤과 같이 한적해 시민들이 어디에 있느냐고 묻자 안내원은 「일하지 않는 사람들은 집에서 위대한 수령의 교시를 배우고있다」고 설명하더라』고 전했다.
그런가하면 지난1일자 AP통신은 특파기자가 평양시내에 거주하는 한가정의 방문기사를 다음과 같이 썼다. 가정의주인공은 올해 36세의 여의사.
『그가 거주하는 가옥은 황색 시멘트·블록으로 지은 지가 10년쯤 돼보이는 허름한 7층 아파트에 자리잡고 있었는데 엘리베이터마저 고장나있는 가옥구조는 침실 겸 거실인 방2개에 작은 목욕탕과 화장실이 달려있었다.
어느 사회에서건 대우받기 마련인 의사의 가정환경이 이 정도인 것에도 의아했지만 기자를 더욱 당혹케 한 것은 집에 남아있던 나이 어린 두 남매가 방에서 「김일성의 혁명활동」을 학습하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지난 77년9월1일 북괴중앙방송은 「오늘의 평양사람들」이라는 이른바 「정론」프로에서 『평양사람들은 수령을 몸 가까이 모시고 있으므로 수령을 더 잘 모시고 받들어야한다는 성스러운 위치와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본래부터 평양에 거주하던 평양사람들은 북괴당국에 의해 추방된 지 오래며 오늘날의 평양사람들은 이른바 당성과 김일성에 대한 「충성의 열도」를 검열받았다는 특수계층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이와 같은 「오늘의 평양사람들」중에서도 국제적인 행사와 외국고위인사의 평양방문시엔 일부를 선발, 치장을 시켜가지고 눈에 띌만한 거리의 이곳저곳을 떼지어 거닐게 한다거나 이미 훈련된 일부시민들을 집단동원하고 있다는 것도 알려진지 오래다.
이번 세탁기간 중 어떤 서방기자가 평양의 한 공원에서 어린이들이 노는 모습을 촬영하려하자 안내역을 맡은 감시원이 『이 어린이들은 아직 조직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촬영을 제지하더라는 얘기며, 이 기자가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또 다른 공원에 갔을 때는 사진에 담을만한 어린이들의 모습이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서방기자들에게 북괴당국이 사전 계획된 것 이외는 절대 공개치 않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는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내외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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