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미흡해 울분의 나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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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광부 25명이 한꺼번에 숨진 강원도 정선군 신동면 방제1리 석공함백광업소 자미갱 화약폭발사고가 일어난 지 30일로 꼭 보름이 됐으나 그날의 아픈 상처는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국내 탄광사고사상 최대의 희생을 낸 함백광업소 사고현장에는 그후 화약운반광차를 따로 만들고 화약취급 일체정비, 사고갱도 복구 등 겉으로는 상처가 아문 듯 하지만 아직도 유족보상·부상자대책·광부처우개선등 기본적 문제의 해결전망은 칠흑의 갱처럼 어둡기만 하다.
사고당시 39명이던 부상자도 56명(입원 42명·통원 14명)으로 늘어났다. 치료를 받고있는 환자들은 산재휴업급여가 노임의 60%밖에 안돼 병고에 가족생계걱정까지 겹쳐있다.

<유족대책>
사망자 안상진씨(39)의 미망인 김수낭씨(36)는 『보상금을 찾으면 함백에 구멍가게라도 차려 5남매와 시어머니를 모시고 남편의 혼을 달래며 살겠다』고 했지만 남편을 잃은 대부분의 미망인들은 『이제 탄가루 뒤집어쓰고 이곳에서 살 필요가 없다』며 뿔뿔이 연고지를 찾아 흩어질 채비를 하고 있다.
유족들은 『보상은 산재규정과 단체협약으로 못박아놓고도 작업조건은 왜 법대로 시키지 않아 사고를 냈느냐』 『회사측이 화약취급을 규정대로 하지 않고 법을 어겨 사고를 냈으니 보상도 산재규정이나 단체협약을 초월해 보상을 해야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망자 26명중 직접부 15명의 보상금은 평균임금 3개월분을 기준, 노동청에서 1천일분, 회사유족금 등 1천5백만원이 넘게되나 고정부 4명, 임시부 4명, 경석부 3명 등 나머지 11명은 보상금이 l천만원도 안 된다.
월7만원의 노임을 받다가 숨진 김홍진씨(22·경석부)의 경우 결혼1년만에 딸 하나를 둔 부인 박순자씨(20)에게 돌아갈 보상금은 고작 7백만원.
함백탄광노조부 지부장 김대환씨(46)는 이들 11명의 유족들에게도 직접부 같은 보상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숨진 임남규씨(40)의 부인 김정자씨(33)는 『남편 없앤 보상금 타서 뭣하겠느냐』며 한숨을 가누지 못했다.
김씨는 『사람 죽여놓고 돈만 주면 해결되는 줄 아느냐』고 항변하며 앞으로 어린 5남매를 데리고 어떻게 살란 말이냐며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유족들은 충분한 보상과 함께 회사측이 재학 유자녀 67명을 고등학교까지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고 유가족취업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또 석공측이 이번 사고를 계기로 순직유가족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항구적 유족대책을 세워야한다고 촉구했다.

<부상자대책>
39명에서 56명으로 늘어난 부상자들 중 42명은 원주기독교병원 24명, 함백탄광부속병원과 사북 동원병원에 각5명, 제천 정의원·서울에 각 4명 등 분산 입원됐고 나머지 14명은 통원치료를 받고있다.
이들은 사고당시 폭음으로 고막이 터진 환자들이 대부분으로 입원환자들은 앞으로 4∼5개월 치료를 더 받아야된다.
노동청이 완치 후 취업까지 노임의 60%를 휴업급여로 지급하기로 했으나 부상광부들과 노조측은 반발하고 있다,
부상광부 윤병환씨(38)는 월 노임 15만원의 휴업급여 60%가 9만원밖에 안돼 6식구의 생계를 어떻게 이어가느냐며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광업소측의 잘못으로 다친 것만도 억울한데 휴업급여마저 60%로 깎여 받는다는 것은 2중의 억울함을 당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조측은 사고가 회사책임이기 때문에 산재보상이 1백% 안되면 회사에서라도 이의 40%를 보장, 병고에 겹친 부상자들의 생계난을 덜어줘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독의 경우 휴업급여가 1백% 지급되고있다는 노조측은 우리 나라도 근로자과실이 아닐 경우 현행 산재보험법을 고쳐 외국같이 실시해야한다고 했다.

<탄광보안>
동자부는 자미갱에 대해 지난 20일부터 작업중지명령을 내리고 갱내에 화약취급소 시설을 하고 화약운반 전용차량을 갖추도록 했다.
또 화약반장이 직접 운반, 발파계원만이 발파작업을 하는 반면 광부들도 광업소측이 종전같이 화약발파·운반 등을 시킬 경우 이를 거부, 당국에 고발하는 등 광산보안운동을 자율적으로 펴겠다고 결의했다.
이번 함백탄광사고를 계기로 전국탄광의 허술한 화약관리규정이 크게 강화됐다.
사고조사를 맡았던 춘천지검은 앞으로 광산사고가 발생할 때는 지금까지의 말단보안담당자나 광부처벌을 광산경영자와 보안최고책임자 문책으로 방침을 바꿨다,.
이번 사고조사결과 광산사고 예방은 광산경영자의 보안관리여부에 달렸다고 분석한 춘천지검은 24일 도내 3개 지청에 이같은 방침을 지시했다. 춘천지검이 강릉·원주·속초 등 3개 지청에 지시한 내용에 따르면 이외에도 ▲도내 전 광산의 화약류저장·취급·운반·발파 등 과정을 재점검, 문제점을 보완하고 ▲이미 발생한 사고피해자의 적정보상여부를 재조사하여 억울한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 등이다.
이같은 조치에 대해 하루하루 아슬아슬하게 굴속에서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광부들의 기대는 신변에 느끼는 위험만큼이나 크다.
【함백=탁경명·이희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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