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안 먹히네, 전국 첫 교도소 공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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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북 전주시의 교도소 이전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도심 교도소를 외곽으로 옮기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제시하는 등 전국 첫 공모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새 부지 신청지역이 단 한곳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전주 교도소 이전 계획은 5년째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전주시는 26일 “교도소 이전을 위한 후보지 공모를 지난 4월부터 시작했지만 3개월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 신청자가 없다”고 밝혔다. 후보지 공모 신청은 다음달 2일 마감된다. 시한이 5일이 남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마감일까지 신청이 없을 경우 전주시와 법무부는 협의를 통해 공모를 한 차례 더 실시할 계획이다.

 허승회 전주시 신도시사업과장은 “마을대표·토지주 등 몇 명이 교도소 유치에 필요한 세부 사항이나 이전 지역에 대한 지원, 주민 혜택 등을 묻는 등 관심을 보였다”며 “그러나 실제 주민 동의를 얻어 신청서를 제출한 곳은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또 “6기 새 시장이 취임하면 교도소 이전 문제를 재논의할 예정이며, 현재로선 한 차례 공개 모집을 추가할 계획만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취임하는 김승수 전주시장 당선자는 “교도소가 옮겨가는 지역의 주민에게는 공동체 사업장 운영을 통한 수익금 혜택 등 진정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겠지만, 유치 신청이 없을 경우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주교도소 이전 사업이 지지부진 한 것은 교도소가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는데다 지원 보상안이 이를 해소할 만큼 크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주시는 교도소를 받는 지역에는 도시가스 공급, 상하수도·마을진입로 개설 등 사업비 30억원을 인센티브로 제시하고 있다. 법무부는 체육시설·녹지공간 조성과 주민에게 주차장 개방 등 조건을 내걸고 있다.

 전주시의회 이도영 의원(평화2동)은 “기피·혐오 시설로 분류된 교도소가 현 부지에 계속 자리를 잡게 되면 도시발전에 많은 지장을 초래하는 만큼 중앙정부·지자체가 과감하고 적극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주교도소는 1972년 12월 전주시 완산구 구이로(평화2동6)에 10만9256㎡ 규모로 조성됐다. 건물이 40년 이상 돼 노후화 되고, 도시확장 개발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여론에 따라 시는 10여년전부터 전주교도소 이전을 법무부에 건의했다.

 2010년에는 교도소 이전 후보지 6개곳을 자체적으로 선정해 법무부에 보고하기도 했다. 상림동이 유력 후보지로 꼽혔지만 주민의 강력한 반발로 이전이 무산됐다. 이후 법무부는 공모를 통해 이전 후보지를 선정하기로 하고 올해 초 전주시와 함께 지원 계획을 확정했다.

 법무부는 교도소 이전 후보지로 19만8000㎡ 이상 부지를 찾고 있다. 법원·검찰청과 가까우면서도 산들에 둘러싸여 외부 식별을 최소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고 있다. 적정 부지가 나올 경우 새 교도소를 2017년 착공, 2019년 이전할 계획이다.

권철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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